등록 : 2010.02.11 22:00
수정 : 2010.02.11 22:00
|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매사추세츠주의 민주당 상원의원 1석의 손실이 오바마 정부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도 상하 양원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여전히 59 대 41석으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의제 대부분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임기 1년차의 핵심 정책이었던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사실상 사문화됐다. 수정안들이 상하 양원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민주-공화당 사이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 최종안에 서명하기 전까지 풀어야 할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제 상원에서 단독 통과가 가능한 60석에 못미친다. 오바마 대통령의 거의 모든 다른 의제들도 똑같은 문제에 처했다. 금융개혁 규제법안도 공화당의 반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일자리 창출 계획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미국 정치의 새로운 양상이다. 상원에서 40석만 있으면 법안 통과, 대통령 지명직 인준, 그밖의 다른 안건들을 저지할 수 있는 규정이 핵심적인 논란거리다. 이런 규정이 새로운 것은 아니며, 시원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것은 상원에서 행정부의 거의 모든 안건을 가로막으려는 소수당의 의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몇십년간 이런 규정이 적용된 경우는 드물었다. 소수당이 다수당을 가로막은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50~60년대 시민법 저지였다. 시민법은 미국 흑인들을 2등 시민으로 만들어놓은 주법을 뒤집고 연방정부가 그들에게 직접 투표권 등 시민적 권리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저지 사유가 아무리 개탄스러울지라도 다수당 지배에 대한 소수당 견제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상원의원들은 ‘주의 권리’라는 원칙에 대한 믿음에 바탕해 다수당 지배에 반대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거의 모든 의제에 제동을 거는 것이 그런 기본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 의회의 오바마 정부 발목잡기는 미국 정치판의 힘겨루기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지 부시 정부 시절 민주당의 절대다수 의원들은 이라크전쟁 예산을 선뜻 저지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미군을 약화시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공화당 의원들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정치과정의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만,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나 어떤 일이 왜 가로막혔는지는 모른다.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자신들의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사실만 보게 될 것이다.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은 법안에 반대했던 공화당이 지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게 될 것이다.
다른 의제들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자신의 경제참모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예산의 3분의 2만 의회에 요구하는 수준으로 경기부양 예산규모를 줄였다. 공화당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국엔 그 정도의 예산도 얻어내지 못했다.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해지면서 미국 경제는 정부의 효율적인 대책을 거의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실업률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실업률과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미국민과 세계에 나쁜 소식일 수 있지만, 공화당에는 유리한 정치적 기회다. 당분간은 공화당의 의제가 미국 정치를 지배할 것 같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