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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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신용 위기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그리스의 뒤를 따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비관론자들은 뭔가 다른 문제를 읽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리스가 맞닥뜨린 위기와 중요한 유사성이 있다. 그리스 위기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많은 경제 관련 미디어는 재정적자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것은 거의 보지 못한다. 그리스는 분명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누적 문제에 부닥쳐 있지만, 실은 무역적자라는 훨씬 큰 문제를 안고 있다. 2009년 그리스의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렀는데, 이는 재정적자보다 50% 이상 많다. 그리스의 재정적자를 무역적자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이들은 몇 가지 심각한 산술적 문제와 부딪쳐야 할 것이다. 2007년 그리스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의 14.2%였는 데 반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3.6%에 불과했다. 짧게 말해, 둘은 관계가 없다. 그리스 무역적자는 재정적자가 솟구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무역적자의 원인은 생산비용이 유로존(유로화를 단일통화로 쓰는 유럽연합 국가)의 다른 회원국들에 견줘 월등히 비쌌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분명한 해법은 통화가치 평가절하다. 통화가치 25% 절하는 수입관세를 25% 부과하고 모든 수출품에 정부보조금 25%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스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회복시킬 것이다. 하지만 통화가치 평가절하는 그리스가 유로존 회원국이라는 이유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도 자신들의 통화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 그리스와 달리 캘리포니아는 미국 연방정부에서 막대한 양의 돈을 공급받기도 한다. 요점은 그리스가 무역지위 향상을 위해 통화 평가절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간의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릴 것이란 점이다. 원론적으로, 미국은 달러가치 절하를 선택할 수 있다. 막대한 양의 달러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국제 외환시장에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 통화 공급을 늘린다면 통화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원하는 만큼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원하는 대로 많은 달러를 공급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보유 달러를 중국 위안화 가치에 고정함으로써 중국의 위안화 달러 페그(달러 연동 고정환율) 방식에 맞설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환율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위안화 매수청약을 냄으로써 위안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항하려 한다면 중국은 과대평가된 달러를 얻기 위해 결국 막대한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은 큰 손실을 본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부시, 클린턴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달러가치 절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쪽을 선택해왔다. 실제로, 공식정책 차원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강한 달러를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미국이 달러가치를 절하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리스 꼴이 날 정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국제 시장에서 미국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과대평가된 통화를 갖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며, 정부 부문의 거대한 경기부양책 없이는 완전고용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미국이 그리스와 크게 다른 점은 달러가치를 절하할 수 있는 쉬운 길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방법만 있다면 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리스는 유로화에 얽매여 있어 정말로 곤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수단을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리스보다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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