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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1 21:33 수정 : 2010.03.21 21:33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이스라엘, 미국, 이란, 팔레스타인 등 중동문제의 핵심 당사국들은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드라마에 꼼짝없이 얽혀 있다. 이것은 이 지역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 한편의 서사극이고,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자기기만이 난무한다는 점에서 익살극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를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하던 날 예루살렘 시당국은 동예루살렘에 1600채의 유대인 정착촌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가) 2개 국가 공존안의 원칙 중 하나로 미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를 동예루살렘이라고 밝혀둔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바이든 부통령이 격한 반응을 보이자, 당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발표의 ‘부적절한 시점’에 대해 사과했다. 네타냐후의 형식적 사과 뒤 미국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더욱 확고한 지지 표명이 나왔다. 네타냐후는 정착촌 계획의 발표 시점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부정한다. 누구라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선언과 제스처의 부정직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바이든 부통령의 중동 순방의 또다른 임무는 이란 핵개발 저지에 대한 아랍국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었다. 이란 정권은 국력의 가장 핵심적인 측면이 핵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국민들을 속여왔다. 이스라엘은 이런 이란의 가식을 역이용하고 있다. 이란 핵위협을 빌미로 이웃 아랍국들을 겁주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중동문제의 핵심 초점을 이란 문제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의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문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하며, 자신들이 어떠한 평화 전망에도 담을 쌓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주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풀리면, 이란 정권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주장할 도덕적 근거를 잃게 되며 아랍 민중의 불만을 바로잡는 척할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란 정권은 홀로코스트는 없었으며 이스라엘이 지구에서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이란 국민, 그리고 세계를 속이고 있다. 그런 거짓말은 이스라엘과 서방, 미국에 굴욕당한 전세계 무슬림들의 상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다. 이런 거짓말과 자기기만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 전망을 어둡게 한다.

두 가지 생각이 이 모든 속임수와 자기기만을 구성한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겪은 홀로코스트의 공포가 그들의 팔레스타인 영토 강점과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잔혹행위를 정당화해준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건국된 지 62년이 지난 이스라엘이 말끔하게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박물관인 야드바셈을 돌아본 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야드바셈을 걸으면서 전세계 유대인이 얼마나 믿기지 않는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왜 이스라엘이 그들의 존재에 그토록 중심부분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바이든 부통령은 홀로코스트의 공포와 유대인들이 겪은 참혹한 고통이 이스라엘의 건국과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속이고 있다.


평화를 향한 이성적 희망을 간직한 세계는 이처럼 노골적인 거짓말과 자기기만 위에서는 건설될 수 없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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