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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9 19:31 수정 : 2010.04.09 19:31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부국장





올해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가 얼마 전 막을 내린 뒤, 중국 국유기업들은 베이징의 토지 경매에서 3연속으로 ‘토지왕’ 기록을 깼다. 토지왕이란 원가를 따지지 않고 비싼 값을 주고라도 토지를 사가는 부동산개발회사를 말한다. 토지 원가가 집값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은 미래의 집값 폭등을 예고한다.

부동산 가격 통제가 이번 양회의 주요 정책으로 논의된 상황에서 “공화국의 큰아들”이라고 불리는 국유기업이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총리의 맹세를 비웃듯 계속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온 나라가 놀랄 만한 사건이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유명 앵커 바이옌쑹은 “총리가 총경리(사장)를 관리하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곧바로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가자산관리위원회가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78개 국유기업이 부동산 시장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토지왕이 됐던 위안양부동산회사의 총경리가 사직했다. 부동산 관련 부처들도 잇따라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 총리의 체면을 만회해줬다. 국토국에서는 앞으로 거래되는 토지에는 일정 비율로 (저소득층용) 보장성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대규모 은행들이 부동산 대출을 엄격히 통제하도록 요구했다.

국가 간부인 국유기업 총경리가 왜 어리석게도 ‘하급은 상급에 복종하고, 전체 당이 중앙당에 복종해야 한다’는 상식마저 잊어버렸을까? 사리사욕에 눈이 먼 것도 원인이지만, 결정적 원인은 따로 있다. 국가가 부동산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융위기에서 중국 경제가 독야청청한 것은 부동산의 공이 가장 크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부동산에 의지하고 있다. 중국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리와 상인들은 부동산이 엄청난 이익을 주는 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적어도 중국 헌법상 토지는 전국민의 소유다. 땅값이 오르면 인민들도 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왜 오히려 대다수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해 살 곳마저 없게 되는 걸까.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효율과 공평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산업이 발전할수록 경제는 더 번영하지만 사람들의 분노도 점점 더 커진다. 이번 양회에서 정부는 결국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 통제에 나서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집값이 과도한 속도로 오르는 것을 제지하겠다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분노한 민의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현재 집값이 0% 상승한다 해도 이미 국민 80%는 집을 살 능력이 없다. 이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조정 수단은 너무 부드럽고 실효성보다는 상징성만 크다.

현재 중국 부동산 정책의 근거는 경제학자의 판단이 아니라 국민의 분노다. 경제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계속 커지자 많은 경제학자들은 정부에 거품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뜻밖에 양회가 개막하자마자 위원과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백성들의 원망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총리가 양회에서 집값이 너무 빨리 상승하는 것을 제지하겠다고 말했고 관련 정책도 신속히 등장했다.

보통 사람들도 이런 점을 유념하고 있는데 국영기업 총경리들은 본체만체다. 이익단체가 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믿는 구석이 있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 유행한 한마디가 있다. “시장(市長)을 찾는 것이 시장(市場)을 찾는 것만 못하다”는 말로 당시 시장(市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 시장(市長)이 시장(市場)을 요구할 때, 시장(市場)은 무조건 말을 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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