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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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째깍째깍거린다. 첫째, 2014년 5월15일 한-미 원자력협정은 만료된다.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처럼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쓴 뒤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요구는 정당하다. 둘째, 2016년이 되면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폐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한계에 도달한다. 월성 발전소는 2017년, 울진은 2018년, 영광은 2021년에 각각 저장시설이 꽉 찬다. 셋째, 2016년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방식)을 통해 매년 10여t의 핵폐기연료 시험처리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먼저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이를 허용해야 한다. 또 원자력연구원은 2025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매년 100t의 핵폐기연료 재처리 능력을 갖춘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도 있다. 미국은 핵재처리 이슈가 향후 한-미 관계의 큰 문제로 떠오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3월24일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파이로프로세싱 핵폐연료 재처리) 토론회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에서 핵 비확산을 담당했던 프랭크 본 히펠 프린스턴대 교수는 <암스 컨트롤 투데이>(군축운동연합 발간)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박성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과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인 마일스 펌퍼는 “파이로프로세싱이 핵무기 원료 물질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무기 개발과 연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히펠 교수는 “재처리 시설과 중성자 원자로가 정상가동되면, 한국은 매년 10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축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히펠은 (한국의 핵폐기연료 재처리시설 건설은) 남북한 모두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갖지 않기로 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92년 협정은 북한의 핵협정 폐기, 핵실험, 핵보유국 선언 등으로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당시 협정은 노태우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한국의 원자력 과학자들은 당시 협정이 민간 목적의 핵재처리까지 과도하게 금지했다고 주장한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은 92년 협정의 2조는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허용했고, 협정 3조의 재처리 금지 조항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북한의 군사적 목적 핵시설 사용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핵폐연료 재처리시설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시절인 92년 내게 “통일되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차별이 없도록,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재처리시설 건설 승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통일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미국은 꺼리면서도 결국 파이로프로세싱에 응할 것이고 한국은 일본처럼 핵 선택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히펠 교수는 이것이 한국, 북한, 일본의 3각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한국이 대북한 정책을 현실적 방향으로 이동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국으로선 북한 비핵화 전 단계로 ‘선 외교관계 정상화’를 받아들이는 걸 뜻한다. 또 한국으로선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남북정상선언의 재확인을 뜻한다. 미국과 한국의 북한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한국이 ‘파이로프로세싱’ 핵폐기연료 시설을 추진하든 않든 동북아지역의 핵무기 경쟁 위험성은 증가할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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