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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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경제위기로 인한 비난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그는 미국 주택시장 거품은 연준의 통제를 넘어서는 요인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주택 구입 성장세를 누그러뜨리려는 어떠한 시도를 했더라도 의회에서 공격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거품의 원인을 전세계적 장기금리 하락 탓으로 돌린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곳에서 주택가격이 급등했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연준의 통제 아래 있는 단기금리를 인상했더라도 미국내 주택가격 상승에는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이므로 주택 거품은 연준의 통제 밖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의 주장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우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택시장 거품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린스펀이 미국에서 거품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각국 중앙은행장들은 자신의 통제 아래 시장을 건전하게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많은 중앙은행장들이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린스펀은 2000년대 첫 5년 동안 저금리 환경하의 주택시장 거품 위험을 인식했어야만 한다. 만약 그때 거품을 알아차렸다면, 연준은 거품과 맞설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었을 것이다. 첫째 수단은 거품에 대해 대중들에게 주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을 게다. 그린스펀이 주가 거품이 시작됐을 때 사용했던 유명한 말인 “비이성적 과열”을 중얼거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린스펀은 연준에 있는 수많은 이코노미스트들로 하여금 주택 거품의 증거를 신중하게 기록한 문서를 만들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며, 경제 전반과 특정 부문의 붕괴를 막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2002년 초에는 여러 사실이 매우 직접적이었고 알아채기도 쉬웠다. 주택시장의 펀더멘털로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이 주택가격은 솟구쳤다. 더구나 주택가격 급등에도 주택 임대가는 오르지 않았다. 그린스펀이 의회 증언이나 공적인 행사에서 이런 사실들을 부각했다면, 사람들의 주택 구입 붐과 투자자들의 모기지 발행에도 억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거꾸로 했다. 거품이 없으며 주택시장의 모든 것이 좋다고 했다. 심지어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가 50년 만의 최저수준에 근접했을 때도 변동금리 모기지를 사람들에게 권했다. 변동금리 모기지의 엄청난 성장은 연준이 단기금리만을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힘이 없다는 그린스펀의 주장과 어긋난다. 변동금리 모기지는 연준이 통제하는 단기금리를 따른다. 연준은 대출상품을 직접 규제할 수 있는 권한도 충분하다. 이런 사정은 연준이 주택 구입 증가세를 지원하라는 의회의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낳는다. 연준은 정치적으로 독립하도록 설계됐다. 연준 이사들은 심각한 잘못이 있지 않은 한 14년 임기가 보장된다. 그린스펀이 거품을 터뜨려 자가 소유자들의 증가세가 늦춰졌다면, 의원들을 화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임무는 경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지 의원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린스펀의 변명은 서투르다. 연준은 거품이 이렇게 위험한 수준으로 커지기 전에 대처할 광범위한 권한이 있었다. 누구도 연준이 거품 대처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린스펀이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실패이고, 앨런 그린스펀이 역사상 최악의 중앙은행장 가운데 한 명으로 추락한 이유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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