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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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숙련노동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이것을 촉진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산업분야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것을 거론한다. ‘산업정책’이 돌아왔다. 사실 산업정책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인 ‘워싱턴 컨센서스’ 논리로 무장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산업정책의 가치가 끝났다고 여길지 몰라도, 성공적인 경제들은 언제나 산업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정부 정책에 의존해 왔다. 중국의 경이로운 제조업 역량은 상당 부분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빚지고 있다. 국영기업은 전문기술과 경영능력을 위한 인큐베이터 구실을 한다. 현지 부품 사용 의무화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에서 생산적인 기업들을 늘렸다. 시장 자유의 천국으로 묘사되곤 하는 칠레는 또다른 예다. 칠레 정부는 이 나라가 생산하는 중요하고 새로운 모든 수출품목을 육성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칠레산 포도는 공공부문 연구개발 재정지원 덕분에 세계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산업정책에 관한 한 미국은 놀라울 만큼 최악이다. ‘산업정책’은 미국 정치담론에서는 기피 단어다. 거의 전적으로 정치적 반대편에게 스탈린식 경제라고 공격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미국은 혁신적 기량을 정부 지원에 빚지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혁신인 인터넷은 1969년 미 국방부 프로젝트에서 발전했다. 오늘날 미 연방정부는 세계 최대의 벤처자본가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 에너지국(DOE) 한 곳에서만 전기차·태양광전지판 같은 녹색기술을 개발하는 사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400억달러 이상의 대출과 보조금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산업정책을 포용하는 쪽으로의 변화는 현명한 경제분석가들이 본디 알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신산업은 종종 정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자극은 보조금, 대출, 인프라 구축 등 여러 형태일 수 있다. 산업정책에 대한 진짜 의문점은 이것이 실행되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느냐다. 세가지 중요 원칙이 있다. 첫째, 산업정책은 특정 정책들의 목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성공적인 산업정책 집행자들은 민간부문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보다 정부와 민간부문이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둘째, 산업정책은 당근과 채찍 모두에 의지해야 한다. 리스크를 고려할 때, 혁신은 경쟁적 시장에서 얻는 수익 이상의 보상이 필요하다. 모든 나라가 특허권 제도를 갖추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제약 없는 인센티브 또한 대가가 따른다.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비생산적 경제활동에 자원이 바닥날 수 있다. 셋째, 산업정책 집행자들을 산업정책의 목적이 사회 전체에 공헌하는 것이지 인센티브를 받는 사업체나 감독당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정책에 대한 전형적인 부당한 평가는 정부가 승자를 골라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럴 수 없지만, 전혀 상관없다. 산업정책의 성공은 승자를 골라내는 능력이 아니라, 패자가 훨씬 적은 대가를 치르고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능력이다. 최적의 정책들도 불확실성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 정부의 대책은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 때문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전에 지원을 철회하는 것이다. 아이비엠(IBM)의 설립자 토머스 왓슨은 “성공을 원한다면 착오 확률을 높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신산업을 육성할 때 실패하지 않는 정부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 더 큰 실수를 저지르는 정부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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