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2 22:03
수정 : 2010.06.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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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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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천안함 침몰 등 어떤 문제든지 중국이 북한 제재에 늘 소극적인 것에 대해선 보통 두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먼저 북한의 내부붕괴로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대량 유입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철광, 마그네사이트, 구리 등 북한 지하자원에 대한 관심이다. 북한 지하자원은 트럭으로 북한 광산에서 중국 공장으로 곧바로 수송할 수 있어 운송비가 적게 든다.
둘 다 가치있고 중요한 설명이지만 더 근본적인 지정학적 요인들이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구성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 정부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북한에 친중국 정권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중국은 또 북한의 나진항을 통해 동해로 진출하기를 원한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일본에 대한 전략적 완충지역으로 중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만일 평화적 방법을 통해, 그리고 통일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외교정책을 택하고 한반도에서 군사력이 배제된다면, 중국도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초 북한이 나진과 남포항을 소련의 해군기지로 내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중국은 북한에 군사적 지원 공세를 펼쳤다. 중국은 북한 공군에 제공한 전투기의 질을 업그레이드해 줬다. 그때까지 북한은 노동·대포동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소련의 스커드미사일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러나 중국의 미사일 기술 이전으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부문에서 놀랄 만큼 빠른 진전을 보였다.
북한 대포동과 중국 DF-3 미사일의 연관성 때문에 북한 미사일 개발 과정에 중국이 비밀스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비록 중국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중국은 또 북한에 군사고문을 보내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 군부는 최고위급 방문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서방 외교관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군사고문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과 별도로, 중국 관점에서 한반도와 관련된 또다른 염려는 동북3성에 살고 있는 250만명 조선족들의 민족주의 발흥이다. 중국은 조선족과 다물연구소와 같은 한국의 민간단체가 연결되는 것을 우려한다. 강기준 다물연구소장은 ‘다물’을 “잃어버린 옛땅을 되찾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0여년 전 다물연구소는 한국의 사업가·회사원들을 모집해 중국 동북지역 투어를 주관했다. 이 지역이 한국의 옛땅이었으며, 지금 한국이 투자할 만한 좋은 장소라는 점을 알린 이 투어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자는 1995년 이 투어에 참가했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만주는 우리의 것이었다. 그러나 빼앗겼다. 그 점이 우리가 여기에 와 투자하려는 이유다. 아마도 언젠가 다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이는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의 또다른 우려다.)
북한도 중국에 더이상의 정치·경제적 양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한의 대북정책이 김대중 정부 이전 군부독재 시절의 강경정책으로 회귀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역시 북한을 향해 ‘부시 시절’의 정책들을 지속하고 있어 북한으로선 중국에 기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북한 지도자들은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한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미국이 외교적 방법으로 중국을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하는 건 북한으로선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다. 2005년 5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내게 이조시대 중국에 종속된 역사를 설명하면서 “북한은 19세기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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