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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30 19:46 수정 : 2010.06.30 19:46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 소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였던 유고 내전이 끝난 지 15년이 흐른 지난 4월, 크로아티아의 이보 요시포비치 대통령이 처음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방문해 1990년대 분열적 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크로아티아의 일방적 독립선언으로 촉발된 내전에서, 민족주의로 무장한 양쪽의 군대에 의해 보스니아에서만 10만여명의 병사와 수천명의 무슬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크로아티아인들도 학살당했다. 크로아티아 대통령의 보스니아 방문은 지금까지 보스니아-크로아티아-세르비아 3국의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명확한 화해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 내전은 국제갈등 해결을 전쟁이라는 수단에 의지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도덕과 윤리는 국민, 영광, 폭력 따위의 무의미한 자기정체성 확인에 종속됐다. 전쟁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동반한 집단의식을 형성하며, 공포심과 함께 복수욕을 낳는다.

그러나 다른 사례들도 있다. 1905년 노르웨이가 일방적으로 스웨덴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사건도 그 하나다. 19세기 대부분과 20세기 초까지도 두 나라는 연방 관계였다. 노르웨이는 독자적 헌법과 군대까지 있었지만 외교정책은 스웨덴 정부의 관할이었으며, 스웨덴 국왕이 노르웨이 국왕을 겸했다. 이런 불평등 관계는 스웨덴이 1814년 군사적 위협으로 강요한 것이었다.

노르웨이의 영향력 있는 그룹들에 의한 자주적 외교 시도는 번번이 스웨덴에 의해 거부됐다. 노르웨이의 이런 시도는 해운자본의 이익을 위한 자유교역 정책의 중요성 때문이었는데, 철저하게 보수적이었던 스웨덴 정부는 삼림산업과 소규모 가족경영산업을 위한 보호주의 정책을 수행했다. 이에 상응해 노르웨이는 (남성의) 보통선거권을 보장하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헌법을 갖췄지만, 스웨덴에선 부유층 남성 6% 정도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다. 노르웨이 의회가 1905년 6월 독립국가를 선포하자, 스웨덴은 이를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으며 극우국가주의와 민족주의적 비난도 분출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다른 현상이 있다. 양국의 노동자들은 이 분쟁의 맨 처음부터 공동전략을 시도했다. 가장 중요한 노동자 출판 기구들은 정기적으로 상대편 자매당의 외고들을 실었고, 순식간에 공동원칙들이 마련됐다. 국가주의적 문제는 전적으로 사회정치적 문제에 종속시킬 것, 노르웨이가 반동적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스웨덴에도 민주와 자유를 가져다주므로 스웨덴 노동자 운동도 그것을 지지할 것, 전쟁을 피할 것 등이다. 수많은 스웨덴 활동가들이 자국의 군인들에게 노르웨이의 형제들을 쏘지 말고 총구를 스웨덴 관리들에게 돌리라고 요구했다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스웨덴 여성운동은 또다른 평화 기류였다. 세계동포주의와 급진적 도덕주의 입장에서, 그들은 전쟁도발이란 범죄에 맞섰다. 이런 움직임이 양쪽에서 진전되면서 스웨덴의 여론을 바꿔놓았다. 전쟁은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고, 정당들은 양국동맹의 해체 양식에 관한 협상을 개시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문제는 양쪽 모두의 체면 살리기였다. 스웨덴은 노르웨이 쪽 모든 요새들의 완전 파괴를 요구했다. 몇 주간의 힘든 협상 끝에 각 정당들은 양쪽 국경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훗날 있을지도 모를 분쟁에 대한 국제협상의 세부적 문제와 원칙들도 협약에 담겼다. 노르웨이 국가주의자들은 이것을 모욕적 패배로 받아들였다. 스웨덴의 국수주의자들은 유럽 대국의 영광의 역사가 좁은 영토로 축소된다는 사실에 더욱 큰 불만을 표출했다. 이런 사태는 ‘국가적 트라우마’로 부를 만했다. 그러나 내 관점은 다르다. 스웨덴 점령군이 이웃 나라를 침략했을 경우 수많은 개인과 국가가 겪을 트라우마는 어쩔 것인가?

스웨덴-노르웨이의 해법은 휴머니티가 야만에 승리하고 트라우마와 전쟁의 악순환을 깨뜨리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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