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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5 23:15 수정 : 2010.07.06 17:15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평론가

노동착취로 만들어진 옷을 당장 벗고 할인점에서 쇼핑을 거부하자

고백하건대, 나도 한다. 대다수 서구 여성처럼 정기적으로 하며, 그때마다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을 느낀다. 엄청난 유혹을 느낄 때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란 쉽지 않다. 스페인의 자라나 스웨덴의 H&M, 영국의 프리마크 같은 싸고 트렌디한 패션 쇼핑 이야기다.

최근 패션산업은 솜씨 좋은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트렌드에 맞는 의류와 액세서리들을 찍어내는 소매체인의 등장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혁명은 과거에 특정 스타일을 명령하고 의상을 업데이트하는 데 과도한 투자를 하도록 강요하던 패션산업의 횡포로부터 서구 여성들을 자유롭게 했다.

서구 여성들은 이런 대량생산 매장에 들어가면 올여름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인, 그러나 불과 내년이면 지저분해 보일 게 뻔한 꽃무늬 드레스를 단돈 12달러에 사는 달콤하고 자유로운 선택권을 갖는다.

그러나 서구 여성의 이런 자유는 문자 그대로 전세계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희생 덕분이다. 어떻게 프리마크 및 서구의 그 경쟁업체들과 시내 중심가 상가들은 이런 멋진 옷들을 그렇게 싸게 파는가? 방글라데시, 중국, 멕시코, 아이티 등지의 여성들을 굶주리게 하고 억압해서다.

우리 모두는 싼 옷들이 대개 저임금 노동착취 조건에서 여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전세계 노동착취 현장에서 여성들이 문이 잠긴 작업장에서 오랜 시간 화장실 사용조차 금지된 채 일하며, 성적 학대에 시달리고, 노조는 폭력적 방법으로 파괴되고, 각종 형태의 억압적 상황에서 일한다는 보도를 알고 있으며,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가족의 어떤 비밀이든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면 불편해지는 것처럼, 서구 여성들은 이런 현실에 눈을 감았다.

미국에서는 노동력 착취 공장에서 생산되는 티셔츠 불매운동이 더 공정한 무역을 이끌었고, 여성 소비자들이 주도한 커피와 농산물 불매운동이 대형 슈퍼마켓들에 공정무역품을 구매하도록 만들었다. 더 부유한 여성들도 과거에 효과적인 노동착취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역사가 있다.

빅토리아시대에 가난한 여성들은 부유한 여성들을 위한 정교한 자수들을 만드는 ‘바느질 산업’에 종사하며 시력을 잃어갔다. 이에 혐오감을 느낀 부유층 여성 소비자들은 상황을 개선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에는 선진국 여성들이 저가 물건 제조업자들의 세계적 착취에 반대하는 운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들의 돈이 변화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히 강력한 도구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노동착취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취를 당하고 억압받는 전세계 저개발국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마크스&스펜서(Marks & Spencer), 테스코, 월마트 같은 서구 바이어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수백곳에서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며칠 동안 격렬한 저항을 벌였다. 경찰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해 수백명이 다쳤으나,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서 일하는 200만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며, 한 달에 겨우 25달러를 받는다. 의류제조 노동으로는 세계 최저 임금이다. 이들은 월급을 70달러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중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노동자들 중 하나였던 이들은 중요한 승리를 거두고 세계의 다른 여성 노동자들도 고무할 것이다.

서구 여성들은 소비 패턴을 올바르게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정무역 경제를 지지하자. 그리고 불공정한 고용 관행으로 지목된 할인점에서의 쇼핑을 거부하자. 노동력 착취의 속박에 묶인 세계 여성들이 이 중대한 싸움에서 이긴다면, 프리마크의 멋진 옷에는 좀더 공정한 가격이 매겨질 것이다. 레이스가 달린 사랑스러운 샌들이 한 켤레에 겨우 3달러? 노동자의 희생을 고려할 때 그 가격은 지나치게 싸다.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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