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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9 22:37 수정 : 2010.08.09 22:37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미국인들은 신을 어디에 두고 있나? 역사적으로 미국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적 신심 사이에는 늘 갈등이 있어왔다. 정치 과정에서 출구를 찾거나 정치를 지배하려는 종교적 극단주의와의 갈등은 더욱 심하다.

오늘날 미국 보수층 정치운동인 ‘티파티’(Tea Party)의 정신세계는 이런 갈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미국 보수주의를 지배해온 종교적 우파 연맹이 붕괴하면서,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의 일부 분파들은 본디 당파색이 없었던 티파티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티파티는 풀뿌리 민초들에 기반을 두고 나타났다. 자유의지론자, 열렬한 헌법주의자,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에 경각심을 가진 보통사람들이 그들이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정교분리를 잘 이해한다. 즉, 정부가 자기 삶에 끼어들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라면, 정부가 신앙에 대해 말하는 것도 원치 않는 게 분명하다고.

이런 반체제적 성향은 미국의 유서깊은 전통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종교적 박해를 경험했던 종교적 소수집단이었던 퀘이커교도, 위그노, 청교도들이 18세기 말만 해도 급진적 시각이었던 정교분리 선언을 주도했다.

그러나 신이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예비하지 않았다는 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강경파들의 역사도 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들을 유권자로 활용하는 이점을 알아채고, 특정 이념을 요구하지 않고 대중적 저변을 넓히려 했던 ‘빅 텐트’ 보수주의에 신심 우선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1980년대 이후로 동성애, 이혼, 성교육을 겨냥한 ‘문화전쟁’과 종교적 가치에 관한 메시지들이 종교적 권리에 동원돼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자신의 ‘전향’ 경험을 고백한 것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자신을 굽히고 들어가는 여론시험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침체와 끝없는 전쟁 국면에서 ‘문화전쟁’ 이슈는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기독교 근본주의 운동은 지도자들이 죽거나 섹스스캔들에 휘말리고 점차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면서 통제력을 잃고 분화되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종교운동과는 상관이 없는 정치컨설턴트들인 ‘종교적 권리’ 개념의 설계자들이 티파티 운동을 새로운 정치수단으로 보게 된 이유다.

이런 흔적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초기 티파티 운동에선 연방준비기금, 통화정책, 조세, 정부의 규모, 헌법과 같은 세속적 문제들이 논의의 대종을 이뤘다. 오늘날 조직화된 우파 싱크탱크와 압력단체들은 티파티 운동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그 본디 메시지를 ‘문화전쟁’이라는 편향된 시각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애초 인종주의적 발언이나 도식화에 관심이 없었던 티파티에 점차 그런 악의적 선동이 유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후에 있는 정치컨설턴트들은 쇼비니스트적인 호소가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은 이런 때에 눈을 똑바로 뜨고 역사에서 교훈을 찾을 것이다.


1세기 전 근대민주주의에서 기원한 한 나라가 평범한 사람들을 인종주의적 선동에 편들도록 몰아가는 열병에 휩싸인 적이 있다. 책략가들은 선전선동과 자유언론으로 가장된 여론과 정치적 혐오 대상을 겨냥한 연설로 여론을 조작했다. 이런 히스테리는 ‘반역과의 싸움’과 ‘국가안보 강화’라는 명분에 자극을 받았다. 그 나라는 프랑스였고, 혐오 대상이 된 반역자는 유대인이었다.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악마의 섬의 남자>를 쓴 루스 해리스는 드레퓌스 재판 기록을 재검토함으로써, 선의의 사람들이 원칙을 포기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선동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적 균형을 잃도록 몰아갈 때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는 결국 제정신을 되찾았지만, 가장 소중한 민주주의적 가치들이 잠식당한 뒤였다. 미국인들, 그리고 티파티는 종교적 편협함이 헌법주의를 볼모로 삼는 지금, 1세기 전 프랑스와 자기 스스로를 엄밀히 성찰해봐야 한다.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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