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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4 19:41 수정 : 2010.08.24 19:41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 소장

최근 스웨덴 북부의 한 곳에서 베트남 출신의 딸기 수확 노동자 5명이 이주노동자 숙소로 사용되는 폐교 건물의 방에 작업반장을 가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다른 지역에선 타이 출신 노동자들이 돈을 전혀 받지 못해 굶주리자 새총으로 새들을 쐈다가 구금됐다. 복지국가로 유명했던 스웨덴에서 오늘날 끔찍한 노동·생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이주노동자들의 몸부림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북스웨덴은 산딸기류의 천국이다. 많은 스웨덴 가정들은 겨울용 저장식품인 잼이나 주스를 만들기 위해 휴일에 야생 딸기를 따곤 한다. 그러나 도매상에게 팔기 위해 딸기를 따는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워낙 값을 낮게 쳐주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여름 막바지 몇달 동안 가난한 동남아 나라 출신 노동자 수천명이 모집돼 전세기 편으로 스웨덴으로 몰려온다. 올해는 타이에서 8000여명, 베트남과 중국에서 1000여명이 왔다. 이는 얼핏 보면 여러가지로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 인력업체와 딸기산업계의 공식 발표를 보면, 이들 이주노동자 대다수는 가난한 농민들로, 파종 이후 수확까지 일감이 없는 시간에 부유한 스웨덴에 와서 제법 돈을 번다. 그리고 스웨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그 딸기들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몇년 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세금, 여행과 숙소 수수료, 감독자들의 착취 등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쌓인 채 돌아가야 했다. 스웨덴 노동조합연맹은 자신들의 단체협약 기준에 맞춰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위한 토론에 들어갔다. 그 결과 스웨덴 이주당국은 이주노동자 모집과 고용 조건을 개정했다. 가장 중요한 규정은, 스웨덴의 외국인력 모집업체와 고용업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딸기 수확량과 상관없이 2300달러 상당의 최저임금을 지급했다는 증명을 해야 하고 스웨덴 노조에도 고용조건에 대해 언급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발효된 이런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이면계약을 해야 한다. 하나는 당국 제출용이고, 다른 하나는 하루에 90㎏의 딸기 수확량을 달성해야 돈을 받는다는 조건에 동의하는 계약이다.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자들이 연대하지 않는 한 권리를 보장받을 기회는 무시된다.

이들의 끔찍한 노동조건과 주거환경에 관한 뜨거운 토론은 부분적으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불결하며, 숲에서 대변을 보고, 딸기를 훔친다’는 따위다. 물론, 대부분의 스웨덴 국민들은 딸기를 수확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으며,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 최근 스웨덴에선 중국 이주노동자 100여명이 “SOS”, “도와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행진을 벌였으나, 사회복지 당국은 언어장벽 탓에 그들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언론에 도움을 호소하는 단일한 목소리가 있으며, 이들은 타이에서 지진해일을 만난 수천명의 스웨덴 관광객을 도왔던 타이 국민들을 상기시킨다.

스웨덴 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기준을 자국민 조합원 수준으로 맞추려 한다. 이미 수확철이 시작되기 전에 최저임금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권익투쟁에 나서는 동안, 스웨덴 노조는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에 책임을 지도록 만들고 개선 조처들을 요구한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또다른 측면이다. 무엇보다도 투쟁은 공동의 문제와 공동의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투쟁에 나선 이들은 희생자나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 동지이자 형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실질적이고 법률적인 지원에 대한 대면상담도 즉시 이뤄져야 한다. 스웨덴 일터에서의 연대투쟁은 또 어떤가?

세계화의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들에 탄식만 할 게 아니다. 그런 연대투쟁이 부정적 세계화에 맞서 싸우는 더없이 소중한 공헌이 될 수 있다.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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