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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6 20:54 수정 : 2010.09.16 20:54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지난해 1월14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박의춘 외무상과 리근 미국국장은 신중하게 준비된 원고를 읽어줬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일본이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거나 중국·한국·러시아가 조정해 제공하기로 한 10·3 합의(2007년 2단계 불능화 조처)를 이행토록 하는 것이다. 만일 중유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변 원자로 불능화를 진행할 수 없다.”

이 말을 떠올린 건 최근 한국과 중국의 2가지 움직임 때문이다. 먼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8월25일 서울에서 일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먼저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9월1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이 먼저 2008년 10월3일 체결된 비핵화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100만t 상당의 중유 및 발전설비 등 에너지 지원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일본은 20만t 상당의 에너지 지원을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일본 정부는 (납치자 문제 해결을 고집함으로써) 북한과 긴장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미국이 10·3 조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자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이를 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삼았다. 만일 중국과 한국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면 에너지 지원과 불능화 재개가 동시에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불능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은 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약속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2개의 경수로를 원하고 있다.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진 에너지 지원을 원할 것이다. 이런 요구는 거부될 게 틀림없지만 북한 처지에서 보자면 이런 요구는 논리적으로 보인다. 경수로는 약속된 것이고, 30억달러가 이미 쓰였고, 무엇보다 북한은 그 약속의 대가로 94년부터 2002년까지 핵시설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2008년 12월 협상을 결렬시킨 검증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검증은 불능화 과정과 병행해 시작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남한에 대해서도 검증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입장을 대변해온 리찬복 상장은 “1991년 미국은 (남한에서) 핵무기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 미국이 우리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이행을 원하는 것처럼,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그 선언의 이행을 원한다. 또 그 선언을 확인해야 한다. 미군기지에 대한 조사, 그리고 필요하다면 남한 기지에 대한 조사, 그리고 비무장지대에 핵무기가 아직도 있는지 없는지 등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다웨이가 9월1일 스타인버그에게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한 것은 북한이 협상을 위해 새롭게 준비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경수로를 요구하는 입장을 중지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도 관계정상화에 앞선 ‘선 비핵화’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omprehensiv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라는 부시 행정부의 핵원칙은 끝났다.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관계정상화’(Comprehensive Verifiable Irreversible Normalization)를 이야기한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미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유약하게’ 보이는 것을 우려하는 백악관으로부터 협상 여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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