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9.24 21:38 수정 : 2010.09.24 21:38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지금까지 중국 위안화에 대한 논의는 미-중 사이의 문제에 한정된 것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대해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갖는 이해관계는 다자대화의 틀 속에서도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이 개도국들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지 나쁜 영향을 줄 것인지는 복합적인 문제지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피터슨연구소의 경제학자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과 같은 이는 평가절상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개도국들이 위안화 약세로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개발도상국들의 수출은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되고, 세계화로 인한 더 많은 과실을 얻을 수 있다.

이와 반대편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센터의 헬무트 라이젠 및 그 동료들과 같은 입장이 있다. 이들은 개발도상국, 특히 저개발 국가들은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중국 경제는 위축될 것이고, 이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매우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들은 개발도상국의 성장이 중국의 경제상황에 급속도로 의존적으로 되어왔음을 실증적인 작업을 통해 입증해냈다. 그들은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줄어들면 저소득 국가들의 성장률은 그 3분의 1 수준인 0.3%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상반되는 입장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한발 떨어져서 성장의 기본 요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이 저소득 국가들에게 가장 좋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일까? 역사적으로 개도국의 발전모델은 이들 국가가 세계에 농산물과 광물 등 1차산품과 천연자원을 수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들은 중국과 같은 나라의 천연자원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 모델은 두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외국의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외국의 수요가 줄어들면 개도국들은 수출 가격의 하락과 국내적인 경기침체 등의 위기를 겪게 된다. 둘째는 이런 성장모델이 경제의 다변화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발전모델에 의존하는 경제는 생산력 향상과 별로 관계없는 1차산품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한 나라의 경제발전에서 가장 핵심은 ‘외국의 수요’가 아닌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다. 이들은 전통적인 1차산업으로부터 벗어나 더 생산력 있는 제조업과 근대적인 서비스산업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실질환율은 무역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개도국이 (중국 위안화에 견줘)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환율을 갖게 되면 사업과 투자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견지에서, 중국의 환율정책은 아프리카와 다른 개도국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지역의 구조적인 성장 엔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들이 중국의 중상주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잘못된 종류의 일시적 성장뿐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비난이 너무 지나치게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개도국들이 중국 모델을 모방하지 않도록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그들 또한 산업화와 성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환율을 좀더 능동적으로 이용하고 ‘부담’을 부국에 전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해 너무 많은 개도국들은 자금의 유입과 상품 수요의 붐에 편승해 자국 화폐가 고평가되도록 방치하는 쪽을 택했다. 그들은 저환율을 대체할 만한 분명한 구조적인 산업정책들을 도입하지도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해를 추구하는 것에 책임을 물어선 안 될지도 모른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