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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5 20:24 수정 : 2010.10.25 20:24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최근 스포트라이트는 북한의 김정은을 향해 있지만,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게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전히 활동적이어서, 장성택을 ‘(김정은의) 섭정’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일러 보인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섭정 대기중’이다.

또 하나 한국과 미국에 특별히 주목받지 않은 것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부총리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강석주는 1994년 미국과 체결한 북한 핵 동결 협정을 담당했다. 그는 오랫동안 북-미 협상의 핵심 실세로서 미국과의 대화를 주도해왔다. 그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 국내 개혁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 내부의) 관료주의적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직 27살이고 감춰져 왔기 때문에 김정은의 시각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러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4명 가운데 가장 높은 서열이자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이 개혁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성택은 군부내 강경파와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98년, 99년 두 차례에 걸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서울의 (당시) 안기부 안가에서 만났을 때 황장엽은 “장성택은 (북한의) 변화가 시급하고 피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그는 개혁의 희망이다. 그러나 쉽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성택은 군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형제 3명은 모두 장군이며, 이 중 1명은 숨졌고, 나머지 2명은 여전히 군내 핵심 위치에 있다. 그러나 장성택이 노동당내 개혁청년그룹을 조직하려고 시도했을 때 나이 많은 노동당 친위 그룹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96년 대기근 이전까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장성택은 이후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시장경제와 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지는 과정에서 주도세력이 됐다. 그의 개혁 캠페인은 5만여명에 이르는 소기업 경영자와 무역상 등 새로운 중산층의 성장을 끌어냈다. 노동당내 친위 보수파들이 전통적인 통제경제로 되돌리기 위해 지난해 화폐개혁을 실시해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을 때도 장성택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장성택 개인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는데, 이모겐 오닐이 쓴 <황금새장: 김정일과의 삶, 딸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리남옥(이한영의 여동생)이 유령작가를 내세워 김정일의 가족 생활을 전한 것이다. 리남옥은 스위스로 유학을 갔다가 프랑스인과 결혼한 뒤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책 출간을 결정했다가 마음을 바꿔 프랑스에서 출간 금지 소송을 냈다.

이 책에서 리남옥은 김정일의 가족으로 살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김정일은 여동생인 김경희와 남편인 장성택을 잔치 때마다 자주 불렀다. 장성택이 신뢰받는 내부 가족이란 사실은 김정일이 그때까지 가장 아끼던 김정남의 스위스 유학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가족들이 김정남의 스위스 유학행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자,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스위스에 가 적절한지 판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유학이 결정된 뒤 어린 김정남이 집을 떠나 스위스로 가지 않으려고 할 때, 장성택이 “나와 같이 가자.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볼 것이다”라며 달랜 일화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장성택은 김정남과 스위스에서 6개월을 함께 지내기도 했다. 이후 김정은도 스위스로 유학을 떠났다. 이 책은 김정은과 장성택의 관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리남옥의 언급에 따르면, 89년 김정일은 장성택을 중국에 보내 중국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그해 이래로 장성택은 분명히 북한이 중국의 경제모델을 따르는 방향을 취하도록 애를 썼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강력한 힘을 지닌 견고한 친위 보수파 그룹들이 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성택과 강석주가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야 실질적인 변화가 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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