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1.07 21:51
수정 : 2011.01.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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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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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최선일지 알면서도 실패한다. 새해 결심도 대개 그렇다. 살을 빼거나 찌우기,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등은 그렇게 하는 게 더 좋기 때문에 결심한다. 문제는 결심을 실천하기보다 깨뜨리기가 더 쉽다는 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각 개인이 자기 이해의 최대 판단자이자 수호자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은 거기에 약간의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딘 칼런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필리핀의 최빈민층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필리핀 빈민들도,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소득마저 소비하고픈 욕구에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은행 이용권이 주어지자 제법 저축을 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돈을 인출해버린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예탁금을 인출하면 벌칙이 부과되는 적금계좌가 주어질 경우, 다수가 그 계좌를 선택한다. 자유 입출금 계좌보다 이자율이 높지 않아도 그렇다.
칼런 교수는 이번엔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주목했다. 그는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이 금연에 실패할 경우 돈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금연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작위 실험 결과, 돈을 잃을 위험을 감수한 흡연자들의 30%가 금연에 성공한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의 금연 성공률은 5%에 불과했다.
칼런 교수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동료들과 논의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자기 결심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을까? 그 답변은 웹사이트 ‘목표 매달리기’(www.stickK.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실패하면 스스로 벌칙을 부과하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목표 달성에 강력한 동기를 주는 한 방법은 실패할 경우 누군가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더 확실한 방법은, 돈을 지급해야 할 대상을 당신이 혐오하는 쪽으로 정해놓는 것이다. 당신이 세계 우림지대의 보호를 지지한다면, 아마존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조직에 벌금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나아가 이 웹사이트는 당신의 약속을 공표하게 함으로써 응원군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4만5000여명이 이 웹사이트의 ‘약속이행 계약’을 이용했는데, 성공률이 70%를 웃돈다.
칼런 교수의 연구와 웹사이트의 결과는, 대다수 사람이 눈앞의 유혹 앞에선 계획한 목표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전자게임기와 온라인 도박이 보급되면서 도박 중독자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을 잃을 것이란 점을 알면서도 도박을 쉽게 끊지 못한다. 약속이행 계약이 도박꾼들을 도울 수 있을까?
지난 2년간 노르웨이는 거의 모든 도박장에서 전자카드 사용을 의무화했다. 현금 사용은 금지된다. 정부는 하루 또는 한달 단위로 전자카드의 한도액을 정한다. 이런 방식이 가부장적일지는 모르나, 국민이 자기 자녀들을 가난뱅이로 만들어 결국 국가의 재정부담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또 도박자 자신이 얼마나 돈을 쓸 것인지, 한번에 얼마나 돈을 걸 것인지 스스로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아이디어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생산성위원회는 최근 그러한 사전제한 시스템의 경제적 가치를 연간 47억달러의 사회적 비용에 맞먹는 것으로 평가하고 그 시스템의 도입을 권고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복잡하다. 단기적 유혹이나 심지어 중독에 굴복하는 경향은 우리의 이성이나 장기적 계획보다 훨씬 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유혹이 당장 눈앞에 있지 않다면, 우리는 그 유혹이 나중에 닥쳤을 때 우리를 보호해줄 방어벽을 쌓을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행동을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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