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2.11 19:47 수정 : 2011.02.12 03:37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브레턴우즈협정 당시의 세계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턴우즈에서 지금 다시 만난다고 해보자. 그들은 유로존 위기, 세계경제 회복, 금융규제, 국제적 거시경제 균형 등의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또 필자가 신간 <세계화 패러독스>에서 제시한 세계경제 관리를 위한 7가지 원칙에 아마 동의할 것이다. 그 원칙들은 이렇다.

1. 시장은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최근 금융위기로 치명타를 맞은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이념은 영원히 매장돼야 한다. 시장은 그것을 보충할 다른 사회적 기구를 필요로 한다. 법정과 법률체계가 있어야 하고, 규칙을 만들고 적용하는 이들도 필요하다. 재정정책의 안정화 기능이나 중앙은행에도 의존한다. 재분배를 위한 과세와 사회안전망, 사회보험을 만드는 정치작용도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2. 한동안 민주주의는 큰 틀에서 국가 정치공동체 범위 안에서 조직될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민족국가는 기본적으로 유일한 체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가 초국적 기구에 중요한 통제권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며, 국제적 규칙들은 저마다 요구와 선호가 다른 사회들에 두루 이롭지도 않다. 최근 위기로 상황이 조금 달라졌어도, 유럽연합이 이런 원리의 유일한 예외일 것이다.

국제적 협력이 성공적이라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거나 강한 나라의 이해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바젤협약의 은행 자기자본 규정이나 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 지식재산권, 투자에 관한 규정들이 대표적이다. 국내 차원의 민주적 절차를 불구화하기보다 그것을 지지해야 세계화의 정당성과 효율성도 강화할 수 있다.

3. 세계경제의 제도적 기본구조가 국가적 수준에서 구축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각국이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오랫동안 서로 필적할 수준의 부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세 나라의 노동시장, 기업 경영, 반독점 규정, 사회보장, 금융시스템은 상당히 다르다.

4. 국가는 스스로의 규제와 제도를 보호할 권리를 가진다. 제도적 다양성은 각국이 자신들의 제도들을 유지·보호하는 수단을 갖지 못하면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국가가 조세정책, 금융규제, 노동기준, 소비자 안전 등에 관한 규정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무역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국내 관습을 위협한다면 국경 장벽을 높여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 세계화 지지자들이 옳다면, 보호주의의 아우성은 패배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들이 틀렸다면, 국내 규정이라는 안전밸브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개방경제의 혜택’ 대 ‘규제를 통한 이익’이라는 경쟁적 가치에 관한 적절한 논쟁이 진행될 것이다.

5. 각국은 자국 제도를 다른 나라에 강요할 권리를 갖지 않는다. 국내적 가치와 규제 유지를 위해 국경을 넘는 무역이나 금융을 제한하는 것과 이런 가치와 규제를 타국에 부과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세계화가 미국인들이나 유럽인들이 그들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 상품을 소비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의 노동시장 규정과 환경정책, 금융규제를 바꾸게 만들려고 무역규제를 이용해서도 안 된다.

6. 국제경제 시스템은 개별국 제도들의 상호작용을 다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본질적 통제 기능을 국민국가에 의존한다는 게 국제규범의 포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철저히 분권적인 무질서 상태는 누구한테도 이롭지 않다.


7. 비민주적 국가들은 국제경제 질서에서 민주국가들과 같은 권리와 특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여러 원칙들이 호소력과 정당성을 지닌 것은 국민국가 안에서 민주적 논의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경제 질서 설계자들은 위의 원칙들을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화는 너무 나아가지 않아야 가장 잘 작동한다는 근본적 역설을 이런 원칙들이 밝혀준다는 것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