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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2 19:03 수정 : 2011.02.22 19:03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대니 로드릭/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유엔이 최근 발표한 제20차 연례인권보고서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슬람국가들의 실적일 것이다. 지난 40년 사이 유엔 인간개발지수(HDI)의 개선 순위에서 튀니지는 135개국 중 말레이시아, 홍콩, 멕시코, 인도보다 앞선 6위에 올랐다. 이집트도 14위를 기록했다.

유엔 인간개발지수는 경제성장, 보건, 교육 등의 향유 정도를 평가하는 지수다. 이집트와 튀니지는 경제성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말 눈부신 것은 다른 지수들이었다. 튀니지의 평균 기대수명은 74살로, 튀니지보다 갑절은 잘사는 헝가리나 에스토니아를 제쳤다. 이집트는 어린이의 69%가 학교교육을 받는다. 이집트보다 훨씬 부유한 말레이시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결국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튀니지와 이집트 국민은 자신들의 독재정부를 더는 용납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 아랍권의 경이적인 사태가 주는 한 가지 교훈은 경제가 좋다고 반드시 정치까지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수십년을 돌아보면 민주정치는 경제발전을 위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튀니지와 이집트, 그리고 다른 많은 중동국가들은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패와 상명하복과 정실주의가 만연한 소수 측근 그룹이 다스리는 전체주의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의 정치적 자유와 부패 정도는 인간개발지수의 개선과는 정반대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재스민 혁명에 앞서 낸 보고서에서 “튀니지 정부는 언론인과 블로거, 인권운동가,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학대와 체포와 투옥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부는 2009년 국제투명성 조사에서 180개국 중 111위에 그쳤다.

아랍 시위의 두번째 교훈은 급속한 경제성장만으로는, 정치제도들이 그에 걸맞게 성숙하지 않는 한, 정치적 안정까지 얻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이미 40여년 전에 “도시화, 교육, 산업화, 매스미디어 팽창 등의 사회·경제적 변화는 정치적 의식과 요구, 광범위한 정치적 참여를 확장시킨다”고 갈파했다. 이제는 그 방정식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추가돼, 급속한 경제적 변화가 행동으로 전화하는 불안정한 힘이 압도적이 된다.

그런 힘은 사회적 동원과 정치제도 사이의 간극이 커질 때 강력해진다. 한 나라의 정치제도들이 성숙하면 합의와 조응과 대표성의 조합을 통해 밑바닥으로부터의 요구에 부응한다. 그러나 정치제도가 발전하지 않았을 때엔 그런 요구들이 묵살된다.

지금 중동의 사태들은 후자의 모델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그런 억압을 행사할 수 있는 정권은 민주적이지 않다.

중국을 보자. 이집트 시위가 정점이었을 때, 중국의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이집트’ 또는 ‘카이로’라는 검색어를 입력했으나 ‘검색 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떴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이 이집트 시위 소식을 알지 못하도록 차단한 게 틀림없다. 1989년 천안문 시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터이다.


물론 중국은 튀니지나 이집트와 다르다. 중국 정부는 부분적 민주화를 실험하고 있으며 부패 척결에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십년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는 확산돼왔다. 2005년에만도 이런 시위가 8만7000건이나 있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는 그런 시위가 증가해왔음을 시사한다. 반정부 세력은 위험을 각오하고 공산당의 절대권력에 도전한다.

중국 지도부는 끓어오르는 사회·정치적 긴장을 생활수준과 고용의 급속한 개선으로 덮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회적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마법의 수치인 연간 경제성장률 8% 이상을 달성하려 애쓰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 이집트와 튀니지는 중국과 세계 각국의 전체주의 정권들에 명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영속적인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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