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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2 19:06 수정 : 2011.07.22 19:06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경제학자들이 정말 하고픈 말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면
그들에게 가는 돈이라도 아껴야

탁월한 의학자 2명이 지난 800년 동안의 유아와 아동 수십만명의 사망 기록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기간에 신생아의 절반가량만 성인 연령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도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까지 이르렀다.

누구든 이런 엉터리 추정에 발끈할 것이다. 13~19세기에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은 우리가 지금 누리는 수준의 의료환경을 결여했다. 식수와 하수도에 문제가 많았고, 식품도 불량했으며, 항생제 같은 의약품도 없었다. 이런 엄청난 차이 때문에 과거의 기록을 현재 상황에 바로 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밖에 없다.

반면 경제정책 계통에서는 이런 추정이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뛰어난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는 지난 800년간의 금융위기를 연구해 생산이 정상을 회복하기까지 10년 또는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았으며, 위기의 여파가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런데 역사적 수치를 근거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일찍 뜰 수 있다고 가정하면 터무니없는데도, 역사적 패턴을 볼 때 최근 금융위기의 여파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타당할까?

공중보건과 의약품 분야에서처럼 경제학에서도 큰 발전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경제가 어떻게 대공황과 같은 장기침체를 견뎌낼 수 있을까에 관한 케인스의 1930년대 저술들이다. 케인스는 고용과 생산의 정상 회복에 필요한 부양책도 제시했다. 원론적 관점에서 보면 그의 연구는 경제가 과거와 같은 장기간의 고실업 상태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16세기와 같은 사망률에 노출될 것이라고 볼 수 없듯이 말이다.

그러나 많은 언론과 정책 관련자들은 실업률이 정상 궤도로 돌아가려면 10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경제운용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상황을 망쳐놓고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질 나쁜 일자리를 전전할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이나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수도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는 점을 수긍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실업을 겪지는 않는다).

운명론 옹호자들은 경기 붐의 결과인 막대한 부채를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 특히 많은 채무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이런 채무는 그에 상응하는 부를 수반한다. 한 사람의 채무는 다른 이의 자산이다. 경제학의 역할은 돈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쓰게 하거나, 돈은 있지만 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돈은 없지만 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이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출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이론상 무수히 많다(부양책이나 통화 팽창, 통화 평가절하 등). 이런 방법들에는 결함도 있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현대 의약품이 삶을 개선하고 연장시킨다는 사실과 왜 의사가 필요한지를 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그들의 존재 이유는 불분명해진다. 경제학자들은 싼 직업이 아니다. 연봉을 수억원씩 받기도 한다. 그리스인들에게는 퇴직 연령을 60대 후반으로 늦추라고 권고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들 중 다수는 50대 초반에 은퇴하고도 수억원의 연금을 받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게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라면 그들에게 가는 돈이라도 아껴야 한다. 의사가 하는 일이라고는 환자가 거머리에게 피를 빨리게 하는 것이 고작이라면 많은 돈을 지불할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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