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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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전 영국 총리, 무슬림 여성,
또는 미국의 우파 여성 지도자들…
그들이야말로 진짜 페미니스트
미국의 좌파들과 언론은 세라 페일린과 미셸 바크먼이라는 공화당의 두 여성 대선후보가 지닌 대중적 호소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두 여성만의 매력이 뭔지 말이다.
두 사람은 주류 언론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곤 한다. 페일린은 지난 대선 때 ‘평소 무슨 신문·잡지를 읽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등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이라는 모습이 굳어졌다. 바크먼은 다소 불안정한 모습으로 비친다. 나도 개인적으로 바크먼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이지 딴 세상 사람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지닌 호소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무시해버리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의 매력은 미국 좌파와 언론이 크게 간과하고 있는 미국인의 두 가지 기질과 연관이 있다. 반유대주의자 찰스 코글린 신부에서 반공의 선봉장 조 매카시, 급진주의자 맬컴 엑스로 이어지는 20세기 미국의 ‘대중영합적 선동’의 전통이 그 하나다. 대중영합적인 지도자들은 대개 경제·정치·문화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강렬히 헌신하도록 만든다.
이런 대중영합주의적 행동의 에너지는 선용될 수도 악용될 수도 있는데, 미국의 선동적 정치인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유사한 수법을 이용한다. 이들은 보통의 미국인과 대척점에 선 가상의 ‘엘리트’ 세력을 만들어, 자신들만이 미국의 가치를 회복하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다고 믿게끔 만든다.
페일린과 바크먼은 대단히 사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로 연설을 한다. 공화당의 강력한 남성 주자들도 당해낼 재간이 없을 정도다. 지난 30여년 동안 남성 중심의 미국 정치는 불안정하고, 관념적이고, 전문화돼 왔다. 이는 선동이 먹히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올드보이 클럽’과는 무관한 우파 여걸들까지 막진 못한다.
그 결과 페일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안을 비판하기 위해 ‘사망판정위원회’(death panel)란 말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었고, 바크먼은 매카시의 혼령을 불러들여 정부 고위급에 ‘기괴한 사회주의 유령’의 촉수가 침투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남성 정치인들과는 달리 감성에 호소하는 ‘하키맘’ ‘사커맘’ 이미지로 소박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바크먼과 페일린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말아야 할 또다른 이유는 페미니즘에 대한 역사적 오해와도 관련이 있다. 1960~70년대의 페미니즘은 좌파와 연관을 맺고 있었다. 영국에선 페미니즘과 노동운동의 결합이 이뤄졌고, 미국에선 뉴레프트의 출현으로 페미니즘이 거듭났다. 사실 페미니즘은 많은 부분에서 보수적·자유주의적 가치와 더 잘 어울리는데도 말이다.
페미니즘의 핵심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에 있다. 이런 특성은 좌파보다는 ‘티파티 운동’에서 더 많이 강조되는 것들이다. 이런 여성들 대다수는 보수적이며, 군대를 강력히 지지하고, 종교적인 성향을 지닌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도 좌파 채식주의자들만큼이나 평등을 갈구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무슬림 여성, 또는 미국의 우파 여성 지도자들을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무시하고 싶어하는 평론가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합당한 접근에 눈을 감는 것이다. 그런 여성들이야말로 진짜 페미니스트들이다. 기존의 여성단체들과는 선호하는 정책이 다르다거나, 자신들이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그렇다. 페일린과, 특히 바크먼의 경우, 우리는 우익 페미니스트들의 상당한 호소력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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