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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6 19:11 수정 : 2011.09.16 19:11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부탄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행복지수위원회’를 두고
각 부처의 정책을 검토하게 한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 정부가 ‘국민 행복 최대화’를 목표로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단지 이것이 정치적 구호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달 지그메 틴레이 부탄 총리가 주최하고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 소장이 공동 사회를 맡은 ‘경제개발과 행복’ 회의에 참석한 뒤, 부탄 정부의 목표가 구호를 넘어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이제껏 정부가 이렇게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회의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 공식 환영인사만 할 걸로 예상됐던 틴레이 총리는 행복 증진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데 중요한 문제들을 깊이 검토한 연설을 했다. 그는 이틀하고도 반나절이나 진행된 회의 내내 자리를 지켰다.

고대 이래 행복은 일반적으로 ‘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느냐를 두고 문제가 일어난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선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고통보다 즐거움이 많은 것을 행복으로 볼 것인지, 삶에 대한 만족 정도로 볼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앞의 방식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은 긍정적인 순간들의 총합에서 부정적인 순간들을 뺀 것이다. 긍정적인 순간이 더 많았다면 그 사람의 삶은 행복한 것이고, 부정적인 순간이 더 많았다면 불행했다고 여길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선 인간 삶의 어떤 순간들을 임의적으로 샘플로 뽑아, 그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뒤의 방식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만족한다’거나 ‘대단히 만족한다’고 답변한다면 그는 행복한 것이다.

앞의 방식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나이지리아, 멕시코,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등이 행복한 걸로 나왔다. 이런 결과는 행복이 건강·교육·생활수준 등 객관적 지표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뒤의 방식을 취했을 때는 덴마크나 스위스 등 좀더 부유한 나라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이 방식도 각각 다른 언어와 문화권 사람들의 답변이 똑같은 걸 의미한다고 확신할 순 없다.

우리가 소득이나 국내총생산이 아닌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해도, 만일 행복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면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 제기될 때는 막연해 보이며, 따라서 아이디어를 정교화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복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부탄 정부가 12년 전 설립한 부탄연구센터는 현재 8000명의 부탄인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응답자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하는 주관적 요소들과 생활수준·건강·교육 등 객관적 요소들은 물론 문화 참여, 지역사회의 활력성, 일과 다른 활동과의 균형 여부까지도 함께 기록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지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부탄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행복지수위원회’를 두고 정부 각 부처가 내놓는 새 정책안 전부를 검토한다. 만일 정책이 국민행복지수 향상이라는 목표에 어긋날 때는 해당 부처에 이를 돌려보내 재고하도록 한다.


유엔 총회는 지난 7월 행복 추구가 인간의 근본적 목표이며, 국내총생산(GDP)이 이런 목표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내용의, 부탄이 제출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유엔은 이번달 열리는 66차 총회에서 행복과 복지 문제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하자는 부탄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이런 노력들이 좋은 성과를 내서 행복 추구란 목표가 전지구적인 것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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