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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3 19:09 수정 : 2011.09.23 19:09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한국의 대일 공식 협의 제안 이후
유효한 후속 조처가 따르지 않으면
외교적 공신력에 오점만 남길 것

지난 15일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해 위안부와 재한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 문제에 관한 외교적 협의를 정식 제안했다. 한국 정부의 무작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조처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한·일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온 현안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결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1965년의 청구권 협정상의 분쟁 해결 절차를 근거로 한 최초의 공식 양자협의 제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바꾸어 말하면 이번 공식 제안에 유효한 외교적 후속 조처가 따르지 않고 흐지부지될 경우, 일종의 알리바이적인 문제제기였다는 비판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외교적 공신력 자체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공식 협의를 제안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후속 조처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구상서를 제출한 15일, 일본 외무성 야마구치 쓰요시 부대신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청구권은 법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협의에 응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동시에 “냉담하게 내치기보다는 확실하게 대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개인적인 견해인지 정부 차원에서 여운을 남긴 발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신임 일본 총리의 회담이 주목되었지만, 이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의 양자협의 제안의 진정성과 무게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 돼 실망스럽다.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간 양국의 시민단체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본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보상 입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었으며, 보상 촉구 결의를 한 지방의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이 성립한 이후 상황이 오히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부의 활동에만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간의 노력을 토대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외교를 전개해 구체적인 성과를 지향해야 할 때다.

첫째로, 위안부 등 세 문제에 관한 한국 쪽의 논리와 주장을 국내외에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05년 당시 한국 정부는 한-일 회담 외교문서를 공개하면서, 방대한 이들 문서를 검토한 위에,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와 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서,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 아니며 한-일 회담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문제도 당시 협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강제동원 문제에 관해서도 상세한 법적·역사적 검토가 행해졌다. 하지만 이들 조처는 당시 노무현 정권의 “반일 공세”로 치부되면서 그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 후 한국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고는 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일본 언론의 보도는 지극히 피상적이다.

둘째로,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와 정치권, 여론에 대한 포괄적인 외교가 요청된다. 일본을 몰아세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새로 출범한 노다 정권의 외교는 아직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고, 노다 총리 자신이 외교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안정 정권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외교가 중요하며, 일본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도 한-일 관계 강화가 긴요하다는 인식은 일본 정부 내에도 적지 않다. 위안부 문제라는 일본 역사의 오점 해결을 민주당 정권의 역사적 공헌으로 남기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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