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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4 19:23 수정 : 2011.10.14 19:23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시장이 알아서 마법을 부린다?
정부의 개입과 투자가 없다면
시장이 자동으로 생기진 않는다

내년은 밀턴 프리드먼의 탄생 100주년이다. 프리드먼은 20세기 후반에 열렬한 자유시장 옹호자들에게 지적 배경을 공급해준 선지자이자 1980년 이후 경제정책에 극적인 변화를 준 배후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시장에 대한 회의가 걷잡을 수 없이 만연했을 때, 프리드먼은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사기업이 경제성장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을 저해하고 시장을 제한하는 정부 규제에 격분했다. 프리드먼의 역사적인 텔레비전 시리즈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는 세계경제가 변화의 고통에 시달리던 1980년에 방영됐다. 프리드먼의 생각에 영감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와 많은 정부 관계자들은 그 전 수십년 동안 확립돼온 정부 규제를 철폐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중앙집권형 계획경제에서 자유시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중남미는 급격하게 무역장벽을 낮추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그다지 좋지 않은 유산도 남겼다. 시장의 힘을 자랑하고 싶은 열망에 휩싸여 그는 시장과 국가의 차이점을 너무 강조했다. 사실상 그는 정부를 시장의 적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성공적인 경제는 사실 그 둘이 혼합된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세계경제는 자본시장이 너무 자유로워져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에도 프리드먼의 맹목적 주장과 씨름하고 있다.

프리드먼의 관점은 정부가 재산권만 지켜준다면 시장은 알아서 마법을 부린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대경제가 필요로 하는 시장은 자동적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정부가 물류와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하고, 비대칭적인 정보와 외적 영향, 불평등한 협상 등에도 대응해야 한다.

레모네이드의 레몬처럼, 시장은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레몬즙만으로 만든 주스는 마실 만한 것이 못 된다. 좋은 레모네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설탕을 섞어야 한다. 물론,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레모네이드는 엉망이 된다. 정부가 너무 많이 간섭하면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결은 물과 설탕을 빼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비율을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프리드먼에 대해 <선택의 자유>에 나온, 체구가 작고 미소를 띤 채 연필을 쥐고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겸손한 교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프리드먼은 이 연필에 대해, 흑연을 캐고, 나무를 자르고, 모든 걸 조립해서 완성한 뒤 시장에 유통하는 모든 과정에 전세계 수천명의 사람이 연관되지만 그 어떤 중앙정부도 이 과정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위업’은 자유시장과 가격체제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30년이나 지난 뒤에 이 연필 이야기에 재미있는 결말이 추가됐다. 현재 세계의 연필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이곳의 경제체제는 사기업과 국가 지도가 혼합된 채 운영된다. 프리드먼이 아직 살아있다면 어떻게 중국이 연필산업을 점령하게 됐는지 물을지도 모른다. 물론, 대부분의 공은 중국 기업의 진취성과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에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연필 이야기는 기술과 노동력 훈련에 선도투자를 한 중국의 국영기업들을 빼놓고는 완성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산림정책을 느슨하게 만들어 인위적으로 목재의 가격을 싸게 유지했고, 상당한 수출보조금을 주는 동시에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환율에 개입했다. 중국 정부가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수만명의 연필공장 노동자들은 아직도 가난한 농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경제 역사에서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의 위치는 여전히 공고하다. 하지만 프리드먼 같은 이론가들은 애매하고도 헷갈리는 유산을 남겼다. 경제 역사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바로 시장개입주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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