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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8 19:21 수정 : 2011.10.28 19:21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위기의 진짜 원인은 재정 낭비나
노동자의 과도한 임금이 아니라
민간·국영 은행의 무능함에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전세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흔드는 난맥상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유로존 붕괴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두 번째 경기침체를 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국 국민들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은 없다. 그리스 경제는 위기 전보다 10%나 수축한 상태다. 앞으로 거의 10년 안엔 그리스가 2008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당분간은 크게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도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요구하는 긴축 조처로 인해 앞으로 몇년간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그리스나 다른 나라가 무질서하게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맞을 경우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다. 시민 동요로 추가 긴축조처를 시행하지 못하거나, 부채 국가들이 국채 이자율 급등으로 빚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은 명확하다. 이미 부채가 국내총생산의 150%를 넘는 그리스의 경우, 부채를 최소 50%선까지 상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 외에 다른 나라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 불안이다. 이들 국가가 자기실현적 공포에 빠지지 않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유럽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이런 지급보증에 나서는 걸 막는 두 가지 주요한 요인이 있다.

첫째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 채권 보증을 맡을 경우, 화폐 발행이 불가피하다. 유로존 상황을 볼 때 인플레이션 문제가 유럽중앙은행의 주요한 관심사가 돼서는 안 되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이 발행한 채권을 직접 사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법적 장애물도 있다. 그러나 이런 걸림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각국 정부들에 사회적 지원을 줄이고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트로이카 안에 상당한 계급적 편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에 처할 때면, 트로이카는 이런 상황을 기회 삼아 소득을 상위계층 쪽에 유리하게 재분배하는 조처를 취해왔다.


위기의 진짜 원인은 정부의 재정 낭비나 일반 노동자의 과도한 임금 때문이 아니라 민간·국영 은행의 무능함에 있다. 민간 은행들은 막대한 대출을 허가해 유로존의 주택 거품을 키웠고 그리스 등 일부 정부의 무절제를 부추겼다.

은행 경영진들은 이런 문제들을 파악해내라고 수십만~수백만 달러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문제를 놓쳤다. 트로이카의 고위 간부들 역시 주택 거품이 지닌 위험을 이해하지 못한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고통을 받고 있는 건 은행가나 관료가 아니라 소매상 점원이나 공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 연금을 받는 은퇴자 등이다. 지금의 정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이 그렇다.

트로이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처럼 또다시 금융 시스템 마비사태를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적 지원의 축소, 유럽 전역 노동자들의 교섭력 약화 등 자신들의 어젠다를 밀어붙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이런 마비사태를 감내할 것이다. 이들을 제외한 전세계가 얼마나 이런 게임을 기꺼이 참아주려고 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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