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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8 19:18 수정 : 2011.11.18 19:18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ISD 조항 없는 유럽 자유무역협
정나프타 확대 중단한 남미국가들
그러나 한·중·일은 상호불신 탓에…

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중국의 세력 확대에 밀리기만 하던 미국이 반격을 꾀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시 정권이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하는 동안 중국은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착실히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양축으로 하는 오바마 정권의 야심적인 ‘아시아 회귀’ 전략은 미국의 위기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의 추세로 대두되는 지역통합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가 국경을 넘는 글로벌화의 한 표현이라는 측면이다. 지역통합의 진전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국가라는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충격을 동반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역통합은 무차별한 글로벌화에 대한 ‘대안적 질서’의 모색이라는 성격도 있다. 탈국경화의 흐름을 수용하되 유사한 사회구조를 지닌 이웃나라들끼리 협력해서 가혹한 글로벌화의 물결에서 지킬 것은 지키자는 발상이다.

유럽과 남미의 지역통합에는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추진해온 유럽 통합은 한편에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한 시장통합을 추진하면서도, 유럽의 공동체적 가치와 질서 유지에도 힘을 기울여왔다. 많은 비용을 들여 농업을 보호하고, 환경과 노동권 등의 지역적 기준을 추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지금 문제가 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조항이 없는 것도 이런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미국가들도 미국이 요구하는 고강도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반발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의 확대는 중단상태에 있다. 그 대신 중남미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지역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에도 이런 움직임은 있었다. 아세안+3(한·중·일) 또는 아세안+6(한·중·일, 인도, 호주, 뉴질랜드)을 포괄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 구상이 그것이다. 중국은 전자를 추진해온 데 반해, 일본은 중국의 거대한 비중을 다소나마 희석하기 위해 후자를 제창해왔다. 지역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농업을 중심으로 공동체적 질서를 지키면서 경제적 이익을 확대한다는 방향성에서는 공통된다. 그러나 주로 한·중·일이라는 역내 주요국가들 사이의 상호불신 때문에 지체되고 있는 사이에 한국과 일본이 대미외교와 안전보장의 고려를 우선해서 한-미 자유무역헙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가라는 형태로 미국식 기준을 토대로 한 지역형성에 빨려들어가게 된 것이다.

티피피 참가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 안에서도 격론이 있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관점에서는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을 선행시키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일본 정부의 추산으로는 일본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아세안+6(1.10%), 아세안+3(1.04%), 티피피(0.54%) 순이다. 그러나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로 미-일 관계가 악화되고 중-일 갈등이 커짐에 따라 일본 민주당 정권은 불만과 불안을 않은 채 ‘대미의존’의 티피피로 기울게 된 것이다.

노다 일본 총리는 티피피 참가와 더불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도 서둘러 추진할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두 협상이 내년부터 사실상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 그것이 일본의 대미협상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한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대 강국(G2)의 갈등 속에서 동아시아 지역이 분열을 어떻게 회피할 것인가가 한국과 일본의 공통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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