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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5 19:02 수정 : 2011.11.25 19:02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경제학

현 정권에 대한 어떤 반대자도
테러나 다른 폭력행위를 이유로
증거와 상관없이 투옥될 수 있다

터키 내무장관인 이드리스 나임 샤힌은 최근 이 나라의 친 쿠르드 주요 정당이 운영하는 한 기관에서 강의한 혐의로 체포된 헌법학 교수에 대해 질문받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수천명이 터키에서 체포되고 있는데 교수 한명이 체포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도 샤힌은 교수라고 법적 특별대우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언급은 터키의 새로운 현실, 즉 현 정권에 대한 어떤 반대자도 테러나 다른 폭력행위를 이유로 증거 여부와 상관없이 투옥될 수 있다는 터키의 새로운 현실을 무심코 드러내고 있다. 테러와 반국가 범죄를 다루는 특별법정은 근거가 없고 황당한 혐의를 양산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언론인들은 수년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에르게네콘’이라는 테러단체의 명령에 따라 기사와 책을 출간했다며 투옥되고 있다. 군 장교들은 무정부주의를 담았다는 명백한 허위문건을 이유로 기소되고 있다. 한 고위 경찰간부는 평생을 바쳐 추적해온 극좌 무장분자들과 내통한 혐의로 현재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다. 수많은 언론인, 작가, 학자, 군 장교, 쿠르드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이런 법적 그물망에 걸리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한 미디어 소유주들은 정권을 비판해온 수많은 언론인들을 해고했다. 정부의 통제는 언론, 사법부, 학계를 넘어 기업과 스포츠계로도 확장되고 있다. 터키과학아카데미조차 그 대상이 됐다. 최근의 규약으로 정부는 이 아카데미 회원의 3분의 2를 임명할 수 있게 되어 과학의 독립성이라는 외피조차도 벗겨냈다.

에르도안은 비난에 면역된 것 같다. 보건, 교육, 그리고 주택을 늘려준 데 힘입어 그는 총선에서 세차례나 승리했다. 매번 총선마다 득표를 늘렸다. 그는 옛 군부의 권력과 군부의 정체된 케말주의(터키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도입한 세속적 민족주의)를 분쇄하며 터키 정치의 구조를 바꿨다. 그의 집권하에서 터키는 지역 강국이 되고 있다.

에르도안이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나, 에르도안 정부의 동맹자인 ‘귈렌주의자’들도 강력해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이슬람 신학자인 페툴라 귈렌의 추종자들인 범민족귈렌운동의 단원들은 터키의 경찰, 사법부, 관료, 대학들에 포진하고 있다. 귈렌주의 언론도 이 새로운 이념을 가지고 터키의 여론조작 재판을 지원한다. 언론인 네딤 셰네르와 고위 경찰간부 하네피 아브츠 등 저명한 구속자들은 귈렌주의자 경찰과 검사들의 조작을 거쳐 투옥됐다. 귈렌주의 일간신문인 <자만>의 사설은 더이상 돌려 말하지 않는다. “새로운 터키가 창조되고 있다. 그 길을 막는 자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에르도안은 귈렌주의자 지원의 덕을 봤다. 그러나 그는 권력을 공유하길 꺼리며 그 운동에 대해 미심쩍어한다. 공통의 적인 구파 세속주의자에 대한 싸움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했음을 고려하면, 에르도안과 귈렌주의자들 사이의 종국적인 분열은 아마 불가피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어느 쪽이 승리할지라도, 그 결과는 터키 민주주의에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다. 국외에 있는 터키의 친구들에게 지금은 단호한 애정을 표할 때이다. 지금까지 유럽연합과 미국은 터키가 권위주의로 빠져드는 것에 대해 모호한 우려의 말로 대응해 왔다.

터키가 전제와 급진주의에 중독된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현대화의 밝은 불빛으로 보였던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터키는 국내에서는 권위주의에 돌진하고, 국외에서는 모험주의를 포용하는 나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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