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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2 19:04 수정 : 2011.12.02 19:04

천광싱 대만 자오퉁대학 교수

정치의 목적이 선거 승리가 되면서
장기적인 계획과 포부가 없다
대륙 친구들은 ‘소시민 민주’라 한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연구소는 매년 외국의 학자를 초청해 강연을 연다. 지난해에는 한국 성공회대의 조희연 교수를 초청해 한국과 대만의 민주발전과 사회운동을 비교하는 강의를 개설했다. 올해는 상하이대학의 차이샹을 초청했다. 그는 중국 대륙의 1980년대 문학과 사상을 강연해 우리를 그 시대의 정신상황 속으로 인도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만에 온 차이샹은 생소함 속에서 매일 텔레비전에서 정치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또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타이베이 거리의 사회운동을 보기도 했다. 한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대만이 현재 비교적 문명적인 ‘문화대혁명’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차이샹은 직접 문화대혁명을 체험한 사람이어서 문화대혁명에 대해 복잡한 이해를 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도 않고, 전면적으로 긍정하지도 않는다. 그가 문화대혁명으로 대만을 이해하는 것은 흥미있는 방식이다. 사실 그가 이런 느낌을 말한 첫번째 인물은 아니다. 대륙에서 온 다른 친구들도 대만의 ‘콜인’(Call-in) 프로그램을 보거나 당파 색채가 짙은 뉴스 보도를 보고 “대만에는 매일 정치 동원이 있고 매일 선거가 있다”고 말한다.

맞다. 대만의 많은 방송사는 정당에 대한 입장이 뚜렷하다. 지난 20년 동안 유명 진행자를 배출해온 ‘콜인’ 프로그램은 의제를 부풀려 상대편 정당의 ‘점수를 깎고’ 자신의 입장에는 ‘점수를 높여 주면서’ 매일 선거전을 벌인다. 좋은 점은 이를 통해 정당, 정치인, 정부 관리, 총통도 모두 저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로서의 광채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모두 자신의 행위를 경계하고 깊이 두려워하며 주의해야 한다. 나쁜 점은 ‘단거리 전쟁’이다. 많은 정책은 유권자의 단기이익에 영합하기 위한 것이다. 정치의 목적은 선거전에서 이기려는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과 포부가 없다. 대륙 친구들이 대만의 이런 모습을 ‘소시민 민주’라고 하면서, 정당정치 경쟁이 이렇게 돼버린다면 장기적인 정책 계획을 가진 일당독재가 낫다고 말하는 것도 탓하기 어렵다.

대만 총통 선거가 또 다가왔다. 정치 동원이 무르익고 있다. 2주 전 국민당 후보인 마잉주 총통은 ‘양안평화협정’이란 제안을 던졌다. 이는 사실 매우 중요한 의제다. 양안뿐 아니라 이 지역의 장기적인 평화와 관련돼 있다. 구체적 내용을 깊이 있게 토론해 민중이 사고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안을 제기한 뒤 지지도가 하락하자, 그는 시기가 성숙하지 않았다며 정책을 회수했다. 압력을 견뎌내고 민중을 향해 자신의 전체적인 생각을 알리고 민중을 설득해 평화 쟁취의 이념을 지지하도록 하지 않고, 평범한 ‘여론조사 정치’를 반영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책이 민의에 순응했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선거 정치로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대만과 한국 같은 곳은 ‘누구도 누구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좋기만 하면 불가능한 게 뭐가 있겠느냐’는 식의 문화대혁명식 민주 상태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투는 정당정치 속에서 선거 승리를 최고의 지도 원칙으로 삼으며, 여론조사가 결정권을 가진다. 이게 무슨 민주인가?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의 맛을 느낀 뒤, 누구도 일당독재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민주의 한계를 목격하고 정당의 ‘일당 사욕’을 목격한 뒤 다음 단계에선 어디로 가야 할까? 대만에서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해온 활동가는 ‘인민이 형이 되는’ 일련의 선거참여 전략을 제기해 풀뿌리 ‘직접민주’와 ‘대의민주’ 사이와 그 바깥에 있는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다.

보아하니 우리는 여러 사회에서 온 사상가들과 함께, 우리 사회·역사에 가까운 민주주의 형식은 무엇인지 사고해야 할 것 같다.

천광싱 대만 자오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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