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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16 19:17 수정 : 2011.12.16 19:17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은 명백하다
북한도 협조적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국지적 긴장의 취약점이다

한반도는 올해도 추운 겨울을 맞아야 할 것 같다. 민간인 사상자까지 낸 연평도 포격으로부터 일년이 지났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 격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수록 당사자인 한국의 외교적 비중은 후퇴하고, 미국·중국·러시아의 움직임만 바라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권도 ‘전략적 인내’라는 종전 방침을 서서히 수정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거의 때를 같이해서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미국에는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핵개발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으로서도 더는 북핵문제를 방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 큰 틀에서는 미-중 관계의 변화로 ‘전략적 인내’를 지탱할 전제조건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북한의 벼랑끝 전략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 전략’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미-중 협력을 토대로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배경에 있었다. 그러나 미-중 신냉전의 도래는 이런 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중국이 거대한 경제력을 토대로 북한에 대한 전략적 관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무시’는 의미를 갖지 못하며,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방치하는 속수무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지난 7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 이래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접촉에서 보이듯이 미국 오바마 정권이 대북 대화노선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두 차례의 공식적인 북-미 대화 외에도 뉴욕 채널을 통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절충을 전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베이징에서 15일 시작된 북-미 식량지원 회담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보즈워스 대사 후임으로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된 데이비스 대사도 최근의 한·중·일 방문 과정에서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노련한 외교관답게 신중하고 의도적 모호성을 지닌 표현이지만 이전보다 유연한 자세로 평가될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12월8일 서울 회견에서는 북한의 구체적인 조처에 앞서 “진정성의 징후”를 기대한다는 표현을 썼다. 보기에 따라서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중지 등 구체적인 행동을 ‘사전조처’로 요구해온 입장을 다소 완화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북-미 교섭이나 6자회담 재개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이 기대하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가동 중단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조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한 오바마 정권으로서는 대통령 선거 이전에 큰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재선을 통해 확고한 기반을 다진 뒤에야 북핵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현상유지와 위기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북-미 대화와 인도지원에 국한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도 재선 이후 오바마 정권과의 빅딜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이런 정책구도에 어느 정도 협조적인 자세로 응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해 국지적으로 긴장이 고조될 취약점이 한국에는 많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확산 우려 속에서 선거의 계절을 맞는 한국으로서는 남북관계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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