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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3 19:13 수정 : 2011.12.23 19:13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기자를 만날 때와 학생을 만날 때
자유무역의 이점에 대한
경제학 교수의 답변은 다를 것이다

지난 11월 초, 한 무리의 학생들이 내 동료 교수 그레그 맨큐가 가르치는 하버드대학의 인기 경제학 입문강좌 ‘경제학 10’ 수업 시간에 강의실을 뛰쳐나갔다. 그들은 이 수업이 과학의 탈을 쓰고 보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며 불평등을 영속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 경제학에 대해 학생들의 저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경제학은 언제나 비평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금융위기와 그 여파로 새로운 탄약이 장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맨큐는 뛰쳐나간 학생들을 향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한다. 경제학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고 반박하며, 케인스의 말을 인용해 “경제학은 사람들이 정확한 답을 찾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며 그 안에 미리 정해진 정책적 결론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경제학자들은 협소한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다는 비난을 받는데, 그 이유는 경제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관점을 놓고 토론하는 대신, 그들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가장 잘 맞는 정책 처방에만 과도한 신념을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를 생각해보자. 거시경제학과 재정학은 위기의 발생과 확산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도구다. 사실 이 분야의 연구 성과는 재정 거품, 정보 비대칭, 자기실현적 위기, 구조적 위기 등 수많은 이론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맞기까지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모델들의 교훈을 경시한 채, 효율적이고 자정능력이 있는 시장 모델만을 선호했다. 이는 정책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감시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졸저 <세계화의 역설>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을 했다. 한 언론인이 경제학자를 불러 한 국가와의 자유무역이 좋은지 나쁜지 묻는다. 우리는 그 경제학자가 동종 업계 사람들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열성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할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이제 기자가 학생으로 위장해 그 교수의 대학원 강의에 참석한다. 같은 질문을 했을 때 그가 이번에는 그렇게 빠르고 명쾌한 답을 내놓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되물을지도 모른다. “좋다는 게 무슨 의미지?”, “그리고 누구에게 좋다는 거지?”

교수는 이어 길고 지루한 해설을 늘어놓다가 결국엔 이렇게 얼버무리는 것으로 끝낼 것이다. “내가 제시한 저 모든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그리고 자유무역으로 이득을 본 이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손해본 이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만 있다면, 자유무역은 모두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교수는 또 덧붙일지 모른다. 사실 자유무역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자유무역의 이점에 대한 단정적 주장은 이제 수많은 ‘만약에’와 ‘하지만’이 들어간 문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상하게도, 교수가 자신의 대학원생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전수했던 지식이 일반 대중에게는 부적절한 (또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학부 과정의 경제학 교육도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의 효율성, 보이지 않는 손, 비교우위 등 완전무결한 철칙을 내세우느라, 우리는 실제 현실의 복잡미묘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물리학 수업에서 중력이 없는 세계를 가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훨씬 더 간단해지긴 한다.

경제학에 적당량의 상식이 가미되고 제대로 적용되기만 했다면, 경제학은 우리로 하여금 금융위기를 대비하게 하고 위기의 원인을 미리 제거할 수 있도록 인도했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제학은 그 한계를 인식하고, 올바른 메시지는 현실의 맥락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아는 경제학이다. 이제 지적 프레임의 다양성을 경시하는 경제학자들은 현실 세계에 대한 더 나은 분석을 내놓을 수도 없고, 따라서 더 유명해질 수도 없을 것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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