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1 19:23
수정 : 2012.12.1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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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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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가 연방 예산 다툼에 몰두한 가운데 경제의 근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11월 마지막 주에 미국 상무부는 국내 총소득에서 배당소득의 비중이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통계를 내놨다. 매우 나쁜 소식이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노동자들도 나눠 갖기를 바란다는 도덕적 의미에서만 나쁜 게 아니다.
바로 수요 부족이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생산성 향상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고리는 1980년대에 노조를 약화시키고, 자유무역을 기치로 경제를 개방하고, 물류·통신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 정책 변화로 끊어져 버렸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의 급여로 지급되지 않고 수익으로 변할수록 수요가 생산성 향상을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은 커진다. 노동자들이 급여를 받아 쓰는 돈이 수익에서 쓰이는 돈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1990년대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의 격차는 주식 거품으로 채워졌다. 주가 대 수익의 비율은 두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게 투자의 홍수를 불러왔고, 소비붐을 일으켰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저축률은 8%대로 떨어졌고, 2000년 버블의 최정점에서는 2%로 내려앉았다.
이런 주가 거품은 결국 2000~2002년에 터져버렸다. 경제는 불황으로 치달았다. 거품 붕괴 뒤 2003년 9월까지 일자리는 전혀 늘지 않았고, 2005년 1월이 돼서야 불황 이전의 고용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공황 이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가장 긴 시간이었다.
경제가 마침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집값 거품을 등에 업고서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집값 상승은 물가상승률과 거의 비슷한 추세를 유지했다. 2006년 버블의 정점엔,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집값이 70% 이상 올랐다. 인위적인 집값 상승으로 만들어진 8조달러는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저축률을 0%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거품 붕괴는 역시 또 불황으로 이어진다. 거품으로 인해 생겨난 1조2000억달러(GDP의 8%)를 대체할 소비진작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짧은 시기 동안 연방정부의 재정이 투입돼 이 격차를 줄일 수 있었지만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 또한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를 대체할 또다른 수단이 필요해졌다.
길게 보면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조정은 빨리 일어나지 않는데다 지금은 전세계가 불황이다. 따라서 임금 상승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수요 부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임금이 많아 봤자 물가 상승 수준밖에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는 생산성이 늘어나 생긴 성과 중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년간 조금씩이나마 성장해온 경제를 어떻게 지탱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는 어렵다. 특히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수요 증가가 지체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업들 또한 심각한 불경기가 지속될 위험이 큰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경제에 대한 논쟁이 현실에 집중한다면, 수요 부족 문제야말로 논의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주택 거품이 위험수준에 이를 정도까지 무시됐던 것처럼 이 문제가 무시되어선 안 된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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