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8 19:19
수정 : 2012.12.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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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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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나 스크린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관객의 관심을 계속 끄는 것이다. 관객이 지루해한다면 스펙터클의 환상이 사라질 수 있다. 극작가나 감독이 관객들이 기대했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관객은 줄어들 것이다. 북한 지도자들은 극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김일성 주석은 <피바다>와 <꽃 파는 처녀> 등 가극을 여러 편 만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버지의 작품을 영화로 각색했다.
북한 지도층은 처음부터 핵 프로그램을 극적인 목적에 사용했다. 로켓 발사의 스펙터클과 비밀 핵시설에 의존해 국내외 관객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비평가들과 그들의 보복적인 대응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북한 시민들이 혹하고, 외국 지도자들의 관심이 지속되는 한 핵 프로그램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주 중반까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의 성과는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극적 능력은 탁월했다. 관객들을 좌불안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에게 로켓 발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은 근 10년 동안 강성대국을 약속해 왔다. 성공적인 로켓 발사는, 표면적으로는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로켓은 적대국들이 카불과 이라크 시나리오를 북한에 반복할 수 없도록 하는 억제력을 보여준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가장 밑바닥 언저리에 있다. 군사력도 이 지역에 파견된 미군은 물론 남한에 대해서도 필적하지 못한다. 그러나 연극은 환상을 만든다. 로켓 발사는 북한 사람들에게 낙원은 아니지만 최소한 많은 적대국들에 대항하며 생존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연극은 또한 스펙터클을 지속시킨다. 핵 프로그램이 국제 관객들을 계속해서 사로잡는 이유다. 북한의 의도와 목표에 대한 미스터리는 외부 관찰자들을 사로잡는다. 이것은 한 편의 극에서 관객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와 반대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서, 오바마 행정부는 좀더 강한 제재를 추진할 것이다. 이는 부정적인 비평이 작품의 장기 공연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희망으로 특정 연극을 폄하하는 코멘트를 더 많이 쏟아내는 비평가들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그 연극이 국내외 관객을 계속해서 매료시킨다면, 제작진은 이런 제재들을 무시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역학 관계를 변화시키려 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전략적 인내’라는 실패한 정책을 추구하는 대신,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교훈을 배우려고 시도해야 한다. 이 고립된 국가를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포괄적인 협상에 북한을 참여시킴으로써 오바마는 스펙터클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하나의 큰 연극 소품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와 정치구조, 인권기록을 개선하는 데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을 보장하는 조처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수동적 관객 모드를 그만두고 북한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필요로 한다. 달리 말하자면, ‘드라마가 없는’ 오바마는 각본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창의적으로-그리고 극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북한 사람들을 사로잡을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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