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2.25 19:31 수정 : 2012.12.25 21:33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전세계적인 선거의 해, 2012년이 저물어간다. 그 마지막을 사흘 간격으로 치러진 일본과 한국의 선거가 장식했다. 공통적으로 경제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주된 쟁점이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보수 정당이 승리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사회당이 집권한 프랑스나 오바마의 민주당이 ‘친서민’을 내세워 재선에 성공한 미국과는 다른 흐름이다. 한국과 일본에선 과거와 현재의 리버럴 정권의 실적에 대한 비판이 배경에 있다. 집권 경험이 적은 리버럴 정당의 학습과정이자 자기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늘 일본에서는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다. 2007년 총리의 격무를 감당하지 못해 재임 1년 만에 건강을 이유로 사임했을 때에는 그의 정치생명도 거의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의 ‘기적적’인 재기는 일본 사회 전체의 우경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의 참패는 집권 경험이 없는 정치적 미숙, 당내의 이념과 정책 대립으로 인한 혼란이 기본적인 원인이다. 애초의 개혁적 자세가 후퇴하면서 전통적인 지지층도 이탈하고 거의 자멸하다시피 했다. 리버럴 정당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는 가운데 영토 문제를 둘러싼 인근 국가들과의 충돌은 사회적 분위기를 일거에 대외 강경의 내셔널리즘으로 몰아갔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정당투표(비례구)에서 960만표에 그쳐, 2009년보다 2000만표 가까이를 잃었다. 일본유신회 등 소위 제3당들이 얻은 표수와 거의 같다. 절반 이상인 1200만표는 극우적 발언을 서슴지 않은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차지해, 비례구에서는 제2당이 되었다. 아베 자민당은 이들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압승을 거둔 셈이다.

개별적으로도 리버럴파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다.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 외교에 힘을 기울인 정치가들이 특히 거센 역풍을 맞은 인상이다. 새로 구성된 일본의 정치권은 일반 여론보다도 더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다.

아베 신조 새 총리는 선거전과는 달리 대외 정책 면에서는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까지는 외교적 마찰을 피하고 국내경제 문제에 주력한다는 현실노선이다. ‘다케시마의 날’을 중앙정부의 행사로 한다는 공약도 사실상 변경했다. 일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아시아 인근 국가들과의 충돌을 피해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는 한·중·일 모두가 마찬가지다. 한-일 관계도 당분간은 소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 여름 이후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아베 자민당을 비롯해 우파 정당들이 약진할 경우,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 동아시아 지역의 쟁점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아직도 여론의 저항이 적지 않아 개헌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를 향한 본격적인 작업이 추진되고, 또한 영토 문제를 둘러싼 내셔널리즘의 압력도 커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요구해온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더 ‘적대적’인 태도에 부닥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정권은 한국의 ‘보수’ 정권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지만, 역사 문제를 도외시한 한-일 관계의 진전은 어려울 것이다.

한-일 관계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동아시아 지역질서 형성을 위한 지역외교를 추진하는 가운데, 악화된 일본 여론에 대한 공공외교를 포함해 다차원적인 대일관계 구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