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12 19:16
수정 : 2013.02.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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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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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있는 독일민주공화국(동독) 박물관은 사실 두 개의 박물관을 하나로 합쳐 놓은 것이다. 이 둘 모두 동독인들의 일상과 밀접히 관련돼 있던 것이면서 서로 미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박물관을 만든 이가 처음부터 이것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긴장이 많은 독일인들이 동독이라는 옛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 느끼는 모호함과 양면성을 포착하고 있다.
박물관의 중앙 전시실은 쌍방향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헤드폰을 끼고 동독 시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취조실과 감옥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고위 간부의 책상에 앉아보거나 러시아어 테스트를 받아볼 수도 있고, (공산주의식) 부정 선거에도 참여해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전시물에 달린 안내글을 읽지 않았다면 동독에 대한 객관적인 자화상만을 본 채 건물을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물관의 전체적인 느낌은 전시물에 달린 안내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다음은 동독 관광객들에 대한 설명글이다. “동독 관광객들은 동구권 국가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프라하 웨이터들은 그들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지요. 서구 관광객들이 마르크나 달러 같은 종이 화폐를 쓸 때 그들은 계산을 하기 위해 알루미늄 근수를 쟀지요.”
이런 전시품들 속에서 동독이란 비효율적이고, 지루하고, 익살스러우며, 다양한 방법으로 조롱을 당해야 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옛 동독인들이 이러한 전시물들을 보며 좀 기분이 상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서독의 과거는 경탄할 만한 것으로 취급되는 데 견줘 동독의 과거는 막다른 길처럼 묘사돼 있다.
그리고 박물관의 또다른 절반이 있다. 그것은 식당이다.
박물관엔 동베를린에 있었던 고급 레스토랑의 복제품이 마련돼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동독식 최고 정찬과 예전 동독에서 생산되던 코카콜라의 대용품인 비타콜라 등을 맛볼 수 있다. 메뉴엔 예전에 호네커가 좋아했다는 훈제 돼지고기, 감자, 사워크라우트(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곁들인 요리나 내가 먹어본 고기 등으로 속을 채운 양배추 요리 등도 있다. 그리고 이 음식들은 정말 맛이 있다. 재미있게 말하거나 비꼬려는 게 아니다. 메뉴에서 살짝 우스꽝스런 표현을 볼 수 있지만, 음식 자체가 우스꽝스럽진 않다.
물론 이 음식의 레시피는 동독의 최고 레스토랑에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비타콜라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보편적인 소비재였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이 레스토랑은 다른 전시물들과 매우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것은 동독인들의 삶에도 좋은 것이 있었으며 그것은 경탄하고, 보존하고, 요즘 사람들에게도 공급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최근 많은 동독인들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그들 대부분은 결코 예전 동독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비밀경찰에게 고통을 받았고, 일부는 감옥에 끌려가거나 직업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으며, 휴가를 가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한국인들에 대한 교훈도 분명하다. 북한한테 나쁜 농담을 하거나, 장애를 가진 어린 동생처럼 다루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도 23년 전 동독이 사라진 뒤 동독인들이 느꼈던 것처럼 2류 시민으로 취급받길 원치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 통일이 이뤄질 때 한국인들은 북에 있는 그들의 형제자매들이 감내하고 극복해야 했던 많은 공포와 그들이 즐겁게 그리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살아냈던 삶에 대한 얘기를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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