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9 19:18
수정 : 2013.04.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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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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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시아 귀환’ 정책은 전혀 새로울 게 없고, 실현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정책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황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귀환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이 재조정됐음을 떠들썩하게 선전했다. 빌 클린턴 정부가 이미 1990년대에 도입한 아시아 중시 외교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바마의 아시아 귀환은 클린턴과 큰 차이가 있다. 클린턴은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성공해 아시아 경제와 공조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었지만, 오바마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경제 성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에 따른 예산 감축은 미국 경제를 다시 끌어내릴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티피피는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낳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과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귀환의 가장 큰 경고음은 안보에서 울리고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실패를 경험한 미국 국방부는 좀더 조용한 태평양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태평양 지역에 미국 해군 전력의 60%를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현재 아시아에 있는 미군을 재배치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 해병대의 일부를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내거나, 괌에 있는 미군 기지를 확충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시퀘스터에 따른 자동 예산 삭감으로 파네타가 약속한 아시아의 미군 전력 증강은 감축으로 바뀔 것이다. 파네타는 미국 공군이 태평양 지역에서 역사상 최소 규모의 전투기를 보유하는 등 1940년 이후 교두보가 가장 적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미국의 아시아 귀환은 예산 문제로 인해 실행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책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분히 말뿐인 정책이지만, 중국과 북한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국방비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바마는 아시아 귀환이 이 지역과 경제·외교·문화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의 시각은 다르다. 북한은 미국의 정책 전환을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협정을 파기하는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여기지만, 북한은 오히려 미국이 핵 포기 대가로 북한에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고 본다. 미국이 북한과 진지하게 경제적·외교적 협력을 할 생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막강한 화력을 줄일 의도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선제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변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공격한) 세르비아·이라크·리비아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도 싫고, 동북아에 군사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은 지금 무분별하게 도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이 지역의 안보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 귀환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대신 북한에 “좋다. 대화하자!”라고 말해야 한다. 북한은 협상이 진행중일 때는 도발적 언행을 하지 않았다. 대화가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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