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10 19:07
수정 : 2013.11.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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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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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와 부채 한도 연장 문제가 해결됐다. 이후 미국 언론의 관심은 온통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시행을 둘러싼 잡음에 쏠리고 있다. ‘오바마케어’란 엄청난 재난이 곧 미국을 덮칠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모양새다.
언론 보도 대부분은 오바마케어 가입을 위한 홈페이지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따져볼 일이다. 오바마케어 홈페이지는 잠재적 보험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려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 대상자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선 납세 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와 통합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또 민감한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지 못하도록 보안 기능도 대폭 강화했어야 한다.
오바마케어 홈페이지 제작 업체는 촉박한 시일 안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어떻게든 오바마케어 시행을 어렵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홈페이지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이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어렵거나 건강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오바마 행정부로선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수백만 국민이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한 꼴이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오바마케어 시행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 해도 말이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홈페이지 문제로 오바마케어 가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 ‘역선택’(상품을 판매하는 쪽과 소비자 간에 정보의 극심한 차이가 있어, 전혀 예상치 않았던 소비자들만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무슨 소리일까?
건강한 이들은 오바마케어 가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지만, 중증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은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오바마케어에 가입할 것이니 오바마케어 가입자 집단은 평균보다 훨씬 중증질환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이 있을 것임을 뜻한다. 평균적인 사람의 건강 상태에 맞춰 보험료를 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역선택이 이뤄진다면, 보험료를 올리든가 아예 문을 닫아걸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건강한 사람들이 처음 몇달 혹은 제도 시행 첫해에 오바마케어에 가입하느냐 여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1~2년 적자를 내더라도 전체적인 제도 운영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오바마케어에 가입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홈페이지의 여러 문제점도 언젠가는 모두 해결될 것이다. 오바마케어 운영을 위협할 만한 문제는 아니란 얘기다.
언론 보도가 집중되는 또다른 문제점은 기존에 가입하고 있던 민간 건강보험 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해 오는 경우다. 이는 오바마케어 가입 이후에도 기존에 가입한 보험은 유지할 수 있다던 정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따져보자.
오바마케어 관련 법은 제도 시행 이전에 가입한 민간 건강보험에 만족하는 이들에 대해선 오바마케어 가입을 강제하지 않는다. 민간 보험업체 쪽에 제도 시행 이전 가입자의 보험계약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조항도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 보험업체들은 오바마케어 때문에 기존 건강보험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
오바마케어 관련법 통과를 전후로 많은 보험업체가 ‘새 상품’을 앞다퉈 내놨다. 이들 대부분은 제도 시행이 본격화하는 2014년 이후엔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준이었다. 업체들은 2012년 또는 2013년까지 단기적으로만 통용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는, 이런 점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곤 오바마케어 때문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미국 언론은 오바마케어가 재난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로 결심이라도 한 모양새다. 현실적으론 근거가 거의 없지만, 언론은 그런 점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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