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01 19:15
수정 : 2013.12.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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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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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기 동북아 여러 나라의 갈등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미국과 소련 두 진영으로 갈라져 피아가 분명하게 정치·이데올로기 갈등을 빚어왔다. 세계의 주요모순인 미-소 갈등이 모든 것을 지배했고 이들의 세력균형으로 동북아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국면을 유지했다.
냉전이 종식되자 세계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일극을 이루고 다른 강대국들이 다극을 이루는 ‘일초다강’(一超多强)의 국면을 맞이했다. 냉전 시기 물밑에 있던 부차적 모순들이 물 위로 부상하며 세계가 복잡다단한 갈등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오늘의 동북아 현실은 이 복잡한 갈등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미, 중-일, 한-일, 남-북 관계를 비롯해 북-미, 북-일 관계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여 나라마다 딜레마를 안고 있다. 여기에 북핵 문제가 계속 동북아를 곤경에 빠뜨려 동북아는 냉전이 종식된 뒤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중국의 마오쩌둥은 복잡다단한 갈등을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으로 나누고, 주요모순이 해결되면 부차적 모순도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마오의 이 모순론을 분석의 틀로 작금의 동북아 갈등을 보면 어떨까? 주요모순은 단연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아닐까.
냉전이 종식된 뒤 상당한 기간 중-미 관계는 주요모순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전 시기 미국 진영에 있던 유럽과 일본 등이 기지개를 켜며 동북아에서는 일본이 역내 주도권을 잡으려고 미국과 갈등을 빚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동북아의 역학 구도에 변화를 불러왔고 동북아의 주요모순도 중-미 관계로 바뀌었다.
애초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물론 이들이 강대한 중국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평화적 이행’을 하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개혁개방이 중국을 붕괴시킨다고 믿어서였을까? 아무튼 지금의 동북아 역학 관계가 애초 미·일이 바라던 결과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깨어나 보니 중국의 지위가 엄청 변했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도 자기가 이토록 급속한 발전을 이루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북아 역학 관계가 적응 과정을 생략한 채 급박하게 재편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미국에 의해 피동적으로 ‘주요 2개국’(G2)이 됐다고도 한다. 어찌됐든 세계적인 범위에서의 G2는 먼 훗날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동북아에서는 중-미 관계가 주요모순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동북아에서 중-미 관계가 주요모순이라고 하면 부차적 모순들은 주요모순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일 갈등의 배후에는 중-미 갈등 요소가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문제에도 미국이란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 다른 주변국이 겪고 있는 갈등에도 미국의 그림자가 없지 않다.
시진핑은 태평양이 넓어 중국과 미국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미국이 중국의 주변에서 맴도는 것을 보면 결코 그렇게 넓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결국 중-미 관계에서 미국은 지배적 측면에 있고 중국은 부차적 측면에 있다고 중국은 보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을 포위·견제하려 한다고 여기고 미국은 중국이 자신들의 지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중-미 관계가 미국과 영국과 같은 관계라면 어떠할까? 동북아를 짓누르는 북핵 문제도 그렇고 한반도 문제도 전망이 밝을 것이다. 중-일 관계도 지금처럼 꼬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주변국 관계 역시 훈풍이 불 것이다. 역으로 중-미가 대결로 나가면 어떨가? 바람 잦을 날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한 지역이 새로운 ‘중동’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결국 협력적인 중-미 관계는 동북아에 축복으로 다가오지만 대결적인 중-미 관계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시진핑이 내놓은 ‘신형 대국 관계’는 중·미 양국만의 몫이 아니라 동북아 여러 나라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이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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