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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01 19:45 수정 : 2015.03.01 19:45

일본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는 지난 2월19일,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 문안 등을 검토할 간담회 전문위원 1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모임의 좌장은 아베의 경제자문 역할을 해온 니시무로 다이조 닛폰유세이(일본우정) 사장이 맡았으며, 집단적 자위권의 확대해석을 주도해 온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학장이 참가했다. 특히 한·미·일의 안정적인 협력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과 한일관계 회복이 아베 담화의 중요한 내용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일본회의’의 설립자인 나카니시 데루마사 교토대 명예교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승국에 의해 강요된 헌법9조가 있는 한 일본의 평화와 번영을 안심하고 다음 세대에 넘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 개헌 세력의 대표주자이다. 그와 일본회의가 이 간담회를 주도할 경우, 헌법 개정을 위한 전주곡을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의 정치브레인들이 일본회의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 단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대의 민간 우익정치단체 일본회의의 출현은, 일본 독립 직후 전개된 건국기념일 제정운동(1951~66년), 원호법 제정운동(68~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우파 종교단체 그리스도교연맹이 부시 정권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일본의 우파 종교단체들이 결집해 1974년 4월 ‘일본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풀뿌리네트워크 방식을 도입해 평화헌법에 의해 소멸된 황실의 연호를 복원하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전국 유세와 대중동원식 결집, 지방자치단체의 결의문 채택 운동 등을 실시했고, 원호법이 성립한 1979년에 46개의 광역단체와 1600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청년단체 ‘일본청년협의회’ 위원장으로 있던 에토 세이이치는 현재 아베 총리의 제1보좌관으로 있다.

이들은 1981년 헌법 개정을 목적으로 종교단체만이 아닌 군인단체들을 포함해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를 결성했고, 1997년에 양 조직을 통합해 ‘일본회의’를 결성하였다. 현재 회원은 약 3만5000명, 47개 광역시 본부와 228개 지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회의의 발족과 동시에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가 결성됐고, 약 300명 정도의 국회의원이 참가하였으며, 아베 내각의 경우 아베 총리를 포함해 스가 관방장관 등 각료 8명이 속해 있다. 또한 2007년에는 지방의원연맹이 결성돼 약 1600명의 자치단체 의원들이 참여하여 국회와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2000년 이후 이들은 교과서 문제, 교육기본법 개악, 여성 및 재일코리안의 권리 확대에 대한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했고, 근래에는 영토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14년의 집단적 자위권 승인 촉구 운동은 최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이들은 앞서 2013년 11월 전국대회를 통해, 전국 의회에서 헌법 개정 의견서 채택 운동 방침을 공식으로 결정한 바 있다. 2014년 2월 이시카와현에서 이 결의문이 채택된 이후, 2015년 1월 현재 광역시의회 25곳과 기초단체 200곳에서 가결됐다. 일본회의는 지난해 12월 중의원선거에서 아베 내각의 압승을 계기로 헌법 개정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가 도래하였다고 보고 있다.

오는 5월 아베 총리의 방미를 통해 미·일은 지난해 이후 보류 중인 안보가이드라인을 확대할 것이다. 또한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아베 내각은 헌법개정안을 궤도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2016년 양원 동시선거를 실시한 후 헌법9조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정치 시나리오이다. 일본회의가 천명한 일본 개조운동은 이처럼 아베 내각의 정책을 통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일본의 우경화는 대중의 보수화 경향도 있지만, 장기적이고 치밀하게 준비된 우파 정치조직에 의해 만들어진 ‘맞춤형 우경화’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우경화는 그 대중적 토대가 매우 약하다. 일본의 우익 정치세력이 승부를 거는 이때, 우리의 대일외교도 이제 ‘전략적 인내’를 벗어나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기가 아니겠는가?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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