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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12 19:25 수정 : 2015.04.12 19:25

미국 경제가 3월에 12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미국 노동부가 발표했다. 앞서 3개월의 월평균 29만개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탄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게 했다.

이 재평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경제 전문가와 경제부 기자들이 우리 경제의 현황을 그토록 잘못 판단했는지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애초에 호황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지 않았다. 잘못된 주장을 했던 이들은 데이터를 지나치게 선별적으로 봤다.

2014년 4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2.2% 상승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잠재성장률 추정치와 대략 비슷한 선상에 있다. 즉 잠재성장률을 쫓아가기 바빴다는 것으로, 2008~2009년 침체로부터 이어지는 잠재 국내총생산과 실질 국내총생산의 큰 간극을 전혀 메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호황론을 주장하는 쪽은 2014년 2~3분기에 평균 4.8% 성장했다는 사실을 꼽으며 밋밋했던 4분기 성장률을 이례적인 것으로 취급했다. 이 근거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2~3분기의 성장세는 2014년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을 만회하는 것일 뿐이다. 기상 악화와 정부 셧다운 등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경제는 지난해 첫 분기에 연율 기준 2.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자 이어진 분기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의 호황론과 어긋나는 다른 데이터들도 있다. 시설투자는 전년에 견줘 아주 조금 증가했을 뿐이다. 주택 건설은 약간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저축률은 약간 내려가, 수입이 증가하지 않고서는 소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달러 강세에 일부 기인한 무역적자 증가세는 성장에 더욱 장애가 되고 있다. 그리고 긴축재정 지지자들로 인해 정부가 이끄는 수요 증대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수치가 이례적인 것이다. 국내총생산 성장이 미미한 경제에서는 높은 일자리 증가율이 생산성 저하를 의미하는데, 그게 바로 미국 경제의 현실이다. 2013년과 2014년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1%를 밑돌았다. 많은 이들의 추정치보다 훨씬 낮다.

이런 상황이 주는 시사점은, 3월 지표에서 보듯 경제성장률이 호전되지 않으면 고용 증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월 고용 지표는 기상 악재에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해 보이지만, 12만6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숫자는 그 이전 석달간의 월평균 29만개 일자리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경제 저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이 수치조차 3월 보고에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는 일자리 숫자를 뛰어넘는 교훈이 존재한다. 경제에 대한 엉뚱한 분석이 경제정책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져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이 독립적 분석을 하는 것보다 일단 발언하고 보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돼있다. 그것이 경제정책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실제 경제 상황에 놀라게 되는 이유다. 마치 그들이 주택 버블 붕괴와 뒤이은 침체에 놀랐던 것처럼 말이다.

독립적인 분석의 부재는 그 전문성이 갖는 인센티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택 버블 붕괴 이후 봤듯이, 의견이 일치되는 쪽과 같은 무리에서 잘못했다면 아무도 경력에 문제를 겪지 않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국제통화기금(IMF) 혹은 그 어떤 주요 경제정책 기관이나 규제 기관에서 주택 버블과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고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이는 재앙적인 판단 실수를 하고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의 ‘합의’와 동떨어진 입장을 가지는 것은 항상 위험을 동반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주요 경제학자들이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틀린 분석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의 대부분은 이런 ‘합의된 관점’을 반영한다. 주택 버블이 터지기 직전 상황처럼 말이다. 주요 언론에서 신뢰를 받는 미국 경제 호황론 같은 바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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