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9 18:42
수정 : 2015.11.29 18:42
각국 정상들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파리에 모인다. 이번 회의는 세계적인 저성장 환경에서 열린다. 많은 이들이 어두운 성장 전망과 긴축 때문에 적극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반대가 진실이다. 세계 경제의 취약성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대담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회를 주고 있다.
저성장과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의 원인을 둘러싸고 정책당국은 혼란스러워한다. 대부분의 정부는 과도한 지출이 문제의 하나인 것처럼 행동한다. 지출을 더 삭감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면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다. 2008년 세계의 성장을 견인했던 주택·신용 거품이 붕괴하면서 세계적 침체가 시작됐다. 이는 수요 측면의 얘기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주택 거품은 주택 건설 붐을 일으켰다. 거품이 터지자 건설경기는 얼어붙었고 주택가격도 곤두박질쳤다.
거품은 소비도 증가시켰다. 사람들은 주택 값이 갑자기 두 배로 뛰자 부자가 된 것처럼 생각했다. 거품 붕괴와 함께 부의 효과도 사라졌다. 건설과 소비 침체가 가져온 효과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 큰 수요 공백을 만들었다. 2009년 정부는 부양책으로 공백을 메우려고 했다. 어느 모로 보나 부양책은 경제성장과 실업 감소에 도움이 됐다. 2010년 긴축정책이 되돌아왔다. 각국 정부들은 지출을 삭감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하면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이런 정책은 성장의 길이 아니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정부 부문의 수요 감소를 상쇄할 만한 민간의 투자와 소비 증가는 없었다. 긴축이 민간의 수요를 북돋울 것이란 주장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처럼 완전히 끝장났다.
다시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룰 파리 정상회의로 돌아가자. 세계 주요 경제권이 저성장과 낮은 고용률을 경험하고 있는 사실은 또한 경기 확장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요가 증가하면 성장과 고용도 증가할 것이다. 바로 지금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규모 지출을 할 수 있는 때다. 세계 경제가 완전고용에 가깝고, 재정적자 규모가 적거나 흑자를 보이고 있다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쓰이는 자금은 기존의 생산을 희생시키게 될 것이다. 완전고용 상태는 실질적인 생산량 증가를 가져올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자원을 에너지 절약이나 태양광·풍력 에너지 지원에 사용하기로 하면 소비나 투자 등 다른 부문을 줄여야 한다.
재정적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이런 기본적 경제 현실을 은폐한다. 경제적 자원을 지구온난화 억제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경제 상태에 달려 있지 정부 회계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사실을 깨달을 때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가 전기 생산을 청정에너지원에 더 의존하고 가정과 기업을 개조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대중교통 수단과 전기차 이용을 촉진하면, 수조달러의 추가 수요가 발생하고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이 고용될 것이다. 2015년에는 이렇게 할 수 있는 유휴 자원이 있다. 거품 붕괴 전인 2007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명석한 사고가 도움이 되는 다른 영역이 있다. 지구온난화는 전지구적 문제다. 1t의 탄소배출량 감축은 어느 나라가 하든지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를 바라면 가장 싼 비용으로 감축할 수 있는 나라가 하면 된다. 인도와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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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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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대적으로 이런 가난한 나라들이 비용을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 부자 나라들이 두 세기 동안 뿜어냈던 온실가스로 생겨난 문제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배출량 감축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이 배출량을 줄이는 데로 자원을 전환시키더라도 생활수준과 성장을 유지하도록 소비재와 투자재 등을 제공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이타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논리의 문제다. 또 공정해 보인다. 각국 지도자들이 맑은 눈을 가지고 있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많은 일들이 이뤄질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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