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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14 18:55 수정 : 2016.02.14 18:55

얼마 전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이 정치자금 관련 의혹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와 동시에 며칠간 아베 정권 내 여성 각료들의 무지와 무인식이 하나씩 들통나는 중이다. 방송업계를 감독하는 자리에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불공평한 보도를 한다면 전파(사용)의 정지를 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아베 정권은 방송이 정권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 압력을 가해왔지만, 감독 권한을 가진 대신이 법률에 기초해 전파 정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협이다. 그에 앞서, 불공평이란 것을 대체 누가,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여당 의원인 총무상이 판단하면 자민당을 비판하는 보도를 불공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게 된다. 다카이치는 보도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루카와 다마요 환경상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의한 방사능 오염 대책 가운데 연간 피폭량을 1밀리시버트 이하로 정한 (정부)기준이 반원전파의 소동으로 근거도 없이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루카와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둘러싼 학문적 논의를 무시한 채 후쿠시마에서 현재 방사선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호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무지는 대신으로서는 실격 요인이다. 시마지리 아이코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은 연설 중에 (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하보마이(齒舞) 제도의 한자를 읽지 못해 버벅거렸다.

이처럼 아베 정권 각료의 수준에 대해선 눈을 돌려버리게 된다. 그럼에도 아마리의 사임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각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해, 조사에 따라선 50%를 넘기도 했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선 많은 국민들이 아마리의 변명을 신뢰하지 않고 있고, 원전 재가동이나 헌법 개정에 대한 아베 정권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권 지지율이 이렇게 높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를 감싸 쥐게 된다.

미국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가 뜨거워지고 있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약진이다. 샌더스는 대학교육 무상화, 최저임금 인상, 전국민 의료보험 등을 호소하고 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샌더스를 응원하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신자유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민주정치를 통해 삶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부러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에게 정책과 정권 지지는 분리돼 있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생활과 환경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저한 절망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관료가 금전을 둘러싼 스캔들로 사임해도, 각료들이 무식함을 드러내도 사람들은 정치가라는 사람들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분노하지도 않는다. 북한이 핵개발을 해 일본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지금,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보다 일본의 안전을 위해 외부에 분명히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정치가가 좋다는 것이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치 감각일 것이다.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은행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하게 하고, 연금기금을 증시에 투입하고 있는 아베 정권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장래의 고용과 사회보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다카이치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언론 통제의 발상은 일본을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로 이끌 수도 있다. 일본의 자유와 풍요로움이 전례없는 붕괴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를 멍하니 놓치고 있는 국민의 둔감함이야말로 가장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올해는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고, 중의원도 해산될 수 있다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의 정치적 선택으로 열어가려는 기개가 없다면 일본 민주주의는 쇠퇴해 가기만 할 것이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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