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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21 18:50 수정 : 2016.02.21 21:20

한반도는 동방의 변두리 국가이지만 근대사 이후 한반도에서 일어난 모든 전쟁은 거의 예외없이 당대 강대국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지정학적 특성상 강대국들의 전략에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은 러시아의 남하 전략과 일본의 북진 전략, 청의 수성 전략이 한반도에서 부딪히며 일어났다. 한국전쟁은 전후 미·소 두 강대국이 한반도를 둘로 갈라 자기들의 전략에 편입시키면서 잉태했다.

동서 냉전의 종식은 글로벌화, 지역경제 블록화를 불러왔지만 한반도에서 강대국의 전략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한반도는 여전히 ‘남방삼각’ 대 북한이라는 냉전 구도 속에 강대국들의 전략에 편입돼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전략적 갈등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매개는 북핵이었다. 북핵은 마침내 한·미·일 삼각동맹을 전례없이 강화하고 중-미 갈등으로 비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이 핵을 터뜨릴 때마다 중국이 타깃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서일까?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뒤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엄격히 이행했다. 그래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미국은 당장 중국 책임론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뒤이은 박근혜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담화 역시 중국을 향한 압력으로 비쳐졌다. 중국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한·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과 무역 거래를 끊을 것을 바란다. 국경 봉쇄까지 거론된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의 굴복, ‘고난의 행군’, 북한의 붕괴 같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한·미는 북한이 두 손 들지 않으면 붕괴된다고 믿는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중국 때문에 다시 그 처절한 ‘고난의 행군’을 겪게 되면 어떻게 될까. 두 나라는 국경선만 1300㎞다. ‘적대국’ 북한은 핵을 가진 북한보다 훨씬 더 중국에 위협적이지 않을까. 한·미의 소망대로 북한이 붕괴되면 어떻게 될까. 세계 최강대국들의 전략 이익이 밀집한 지역이 한반도다. 지난 역사는 근대사 이후 한반도에서의 모든 전쟁이 강대국들 사이의 전략 충돌이었음을 처절하게 가르친다.

북핵의 발단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북한의 생존 전략 사이의 충돌이다. 미국의 전략이 얽혀 있는 셈이다. 해결이 어려운 이유이다. 그 결과가 혼돈에 가까우리만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게 동북아의 현실이다. 한국이 배치하려는 사드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중 전략이 충돌로 치달으면 사드의 기능은 한국이 아닌, 전시 작전권을 지닌 미국이 조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중국은 사드가 중-미 전략적 균형을 깨뜨려 중국의 전략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역시 미-중 갈등이다. 한국이 나서서 중국을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누군가 미국은 핫머니를 미국으로 돌리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렀고 유로 출범을 막기 위해 코소보 전쟁을 일으켰으며 지금은 달러 지위에 대한 인민폐의 도전을 막기 위해 중국 주변에서 분쟁을 일으킨다고 했다. 어찌됐든 작금의 미-중 관계는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남해, 동해, 황해 어디선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냉전이 종식된 후 발칸반도, 중동, 코소보와 같은 지정학적 요충지에선 미국에 의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주변에서 그런 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동방의 발칸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단순한 무력시위이고 억지력이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하다. 당장 전쟁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 같다. 1차 세계대전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각국이 전쟁 분위기를 띄우다 우발적 사건으로 걷잡을 수 없이 터졌다고 한다. 전쟁 걱정은 기우일까?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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