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도널드 트럼프의 성공 / 딘 베이커

미국 밖의 사람들에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다. 그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왔고, 1100만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것이 우려할 이유지만 트럼프가 호소력을 갖는 기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압도적으로 대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백인 남성들로부터 나온다. 지난 수십년간 이들은 자신을 경제적 실패자로 여겨왔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이전 세대는 제조업과 운송업, 그리고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부문에서 상당히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남성들의 임금은 3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들은 부모 세대가 누렸던 생활수준이나 경제적 안정을 누리지 못하는 데 분노한다. 분노는 현실 속에서든 상상 속에서든 성토할 만한 악당들을 찾게 한다. 이민자들은 상상의 범주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트럼프가 갖고 있는 호소력은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태도에서 온다. 이민자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대량 추방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민주당은 밀입국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허용하는 길을 지지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나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그랬다. 트럼프는 이러한 접근을 거부한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좀더 현실적인 근거가 있다. 실제로 무역이 임금 수준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상당한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30여년간 이어진 무역 관행을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분석은 틀렸다. 그는 무역을 협상하는 사람들이 멍청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상대국들과의 무역에서 바가지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협상가들은 멍청하지 않다. 그들은 다른 의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낮은 가격으로 수입하는 것은 월마트 같은 거대 유통업자들로 하여금 국내의 제조업체에 의존하는 다른 경쟁 사업자들보다 가격경쟁력을 갖도록 한다. 미국 제조업체들도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임 노동을 활용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무역 협상가들은 공산품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신, 특허 연장이나 저작권 보호, 미국 금융산업을 위한 시장 개방에 더 몰두한다.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의 입장에서 벗어나는 건 이민자와 무역 문제만이 아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제도를 강하게 지지한다. 공화당은 오랫동안 관련 예산을 줄이거나 민영화를 고려해왔다. 트럼프의 입장은 공화당 지도부와 기부자들의 시각에는 맞지 않더라도, 나이가 많은 공화당 유권자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많다.

트럼프가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그의 선거운동을 진지하게 본 분석가들은 거의 없었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부동산 거래나 그를 스타로 만든 텔레비전 쇼가 오랫동안 그를 저명인사가 되게 했다. 이런 것들이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유권자들이 그를 대선 후보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거리낌 없이 공격적인 그의 모습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 이면에는 여전히 그가 대선 본선에서 이길 것 같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그는 민주당원들과 스스로를 무당파로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그러나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트럼프는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극단적 분노를 표출시켰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계 안정을 갉아먹는 경제 정책들에 불만이 가득하다. 이들의 분노는 이민자나 다른 나라들이라는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