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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0 19:41 수정 : 2016.04.10 19:41

일본에선 지난 3월 말 비교적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정치에 대해 논평을 해온 텔레비전 뉴스 진행자 3명이 퇴임했다. 이것은 우연한 일이지만 일본의 언론환경을 말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름 안보법제 제정에 대해 ‘헌법 위반의 의심이 있다’ 혹은 ‘많은 시민이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뤄진 것에 아베 신조 정권은 신경을 곤두세워왔다. 그리고 보도기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해 요청해왔다. 또 올해 들어선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대신이 총무성의 감독 아래 있는 민간방송에 대해 ‘중립공평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전파정지명령을 내리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민간’에선 아베 총리의 응원단으로서 활동해온 평론가와 학자들이 방송사들에 중립을 취지로 하는 방송법의 준수를 요구한다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뉴스 진행자 교체는 이 같은 압력의 성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방송사에 직접 특정의 진행자를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한다면 정부가 책임을 추궁당하게 된다. 아베 정권은 좀 더 교묘하다. 일반론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방송을 내보낸 방송사에 면허정지나 전파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내비친다. 그러면 방송사에선 대정부 관계에서 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권력자의 의향을 살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활동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게 된다. 정부가 압력을 행사한 결과가 아니고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한 결과로서 현 정권의 정책에 비판적인 캐스터들이 화면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평·중립의 의미이다. 민주정치에서 미디어, 나아가 미디어에서 발언하는 학자나 평론가는 스포츠의 심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팀이더라도 ‘세이프는 세이프’, ‘아웃은 아웃’이라고 사실에 기반해 판정하는 것이 공평한 심판의 업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자신의 정책을 아웃이라고 판정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아웃을 아웃’이라고 판정하는 독립된 심판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아베 정권의 행태다.

아베 정권은 공평의 내용을 정하는 것은 권력자라고 말하고 싶을 것일까. 그러나 언론의 세계에서 권력자는 비판을 받는 피고인의 입장에 서게 되기도 한다. 일본 헌법학의 태두 히구치 요이치는 방송규제의 문제에 관해, 누구도 자신이 관계된 일에 대해선 심판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위정자는 언론의 세계에선 일방의 당사자이다. 재판을 받는 쪽이 재판을 하는 쪽을 위협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의 소행이다.

나는 일본에서 정권 교체 또는 양당 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늘 내 생각을 정직하게 표현해왔다. 그러나 나는 공평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내 경우, 내가 지지하는 정당·정치가의 오류에 대해서도 용서 없이 비판하는 것이 중립의 증거이다. 자신의 견해가 틀렸다면 틀렸다고 정직히 말하는 것이야말로 공평한 태도이다. 얼마 전 어떤 기자로부터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이 정권 교체를 선동하는 학자 가운데 (자신의 잘못이 있을 때) 반성하는 것은 야마구치뿐이라고 말했다는 얘길 들었다. 이 같은 칭찬은 그다지 기쁘진 않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그렇다 해도 자민당의 간부가 정치적 반대세력의 브레인의 언동에 대해 공평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자민당에 자유주의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자유민주당(자민당)이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정당이 되기 위해선 언론의 자유를 확보해야만 한다. 언론의 자유라는 것은 권력을 비판하는 자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중립과 공평의 기본이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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