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01 19:12
수정 : 2016.05.01 19:12
‘아랍의 봄’ 당시 거리시위는 분노한 청년층 때문에 가능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2012년 청년실업률은 재앙에 가까웠다. 튀니지는 42%, 이집트는 38%였다. 실업률은 2010년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모인 젊은이들은 광장을 점령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의 항의시위도 직업 없는 젊은이들이 기름을 부었다. 대규모 시위가 있던 2013년 그리스의 청년실업률은 60%로 최고점을 찍었다. 역시 대규모 시위가 있던 스페인의 2013년 7월, 청년실업률은 55%를 기록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8년 동안 안정적으로 줄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최근 10%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 청년들은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들이 들어간 첫 직장의 상당수는 월세나 식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임금을 준다.
이런 우울한 전망들 때문에, 정말 많은 청년들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한다. 30살 이하층의 샌더스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더 높다. 샌더스는 부유한 은행가나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새로운 미국의 경제질서를 구상한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중동이나 남유럽 수준에 결코 미치지 않는 12% 정도인데도, 한국의 밀레니엄 세대들은 실업률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 공식적인 실업률이 실제로 청년 취업이 얼마나 적은지를 가리고 있는 측면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실제 취업률은 전체 청년층의 절반이 안 된다는 보도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떠도는 문화유전자 가운데 하나는 “헬 조선”이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절망을 보여준다.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직장도 썩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도 아닌데,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한국 청년들이 스스로를 ‘3포 세대’로 불렀던 적이 있다. 앞서 나가려면, 연예와 결혼, 출산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7포 세대’가 돼, ‘3포’ 이외에도 인간관계와 내집마련, 꿈,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이 미래를 ‘지옥’이라고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갑갑함을 느끼고 있고, 지금의 체제가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한때 ‘다이내믹’이었다. 한국은 매년 기술과 문화, 사고방식이 빠르게 변화해왔다. 그러나 한국이 전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이상 들지 않는다. 북한과의 화해협력은 교착상태가 계속돼왔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는 정체돼 있다. 한국의 현 대통령은 구시대 정치인을 대표한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현실은 그대로라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깨닫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민족 부흥’ 전략을 선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아베 신조 총리의 비전은 강한 중국, 강한 일본을 건설하는 것이다. 차기 청와대행을 열망하는 한국 지도자들이 비슷한 공약으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청년들에게 밋밋한 민족주의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밀레니엄 세대들은 국경을 초월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
‘7포 세대’가 포기한 것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것은 희망이다. 그럼에도 7포 세대가 20세기의 유령들을 완전히 잠재우는 세대가 되는 것은 어떨까? 기후변화를 멈추도록 활동하고, 성공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통합하고, 상대국 파트너들과 함께 평화롭고 번영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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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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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비전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7포 세대가, 특히 7포 세대 가운데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만이 이런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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