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05 19:29
수정 : 2016.06.05 19:29
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일본의 유치위원회가 컨설팅회사에 2억엔 이상의 자금을 제공해 매수공작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이 하나의 사례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바닥을 알 수 없게 부패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당시 도쿄가 올림픽 유치를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였다. 이 점에 대해선 문부과학상(올림픽 유치 담당 장관)도 인정하고 있다. 이 문제를 덮어 감추기 위한 분식 공작으로 아베 총리가 (방사능 오염이) “언더 컨트롤(관리)”되고 있다고 한 발언과 컨설팅회사에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하나로 연결된다. 밖으론 총리의 허언, 안으로는 매수공작. 전형적인 부패인 것이다.
공작이 성과를 맺어 올림픽 유치는 성공했지만, 대회 준비는 예상외로 난항을 빚고 있다. 계획이 두세번 변경된 끝에 신국립경기장의 디자인은 정해졌지만, 목재를 사용하는 탓에 성화대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밖에 경기장의 (신축과 보수를 포함한) 정비비는 애초 예상의 4배인 3000억엔까지 불어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와 재정 적자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이 세계적인 잔치를 열어 경제 부양을 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하려고 해도, 잔치 준비에 체력을 전부 써버려 이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또 잔치 뒤엔 거액의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국가 전체가 약물을 복용한 상황인 것이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착실히 실행한다는 근대적 정부로서 당연한 능력이 지금의 일본에는 사라져가고 있다. 뛰어난 기술과 유능한 조직을 자랑해온 근대국가 일본이 점차로 파탄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파탄의 첫째 원인은 정치 지도자의 지성과 윤리의 저하다. 5월 이세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선 아베 총리가 현재 세계경제가 리먼 쇼크(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의 전야와 닮은 상황이라고 주장해 외국 정상들과 언론을 놀라게 했다. 이것은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하기 위해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에 관한 인식 공유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잉 연출이었다. 이후 외국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여, 아베 총리는 리먼 쇼크의 전야와 닮았다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6월1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판단”에 근거해 소비세 인상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의 유아적 자기중심주의가 이런 발언에 나타나 있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정상회의를 이용해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국제 여론의 인증을 얻으려 하고, 이게 잘 안되면 자신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내놓은 발언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한 지도자는 드물다.
무책임뿐만이 아니다.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발언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라는 것도 아베 총리의 자기중심주의를 보여준다. 실제,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아베 정권은 억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상회의의 보도에 대해선 일본과 외국 언론의 보도 격차가 눈에 띈다. 일본의 언론 특히 방송엔 정부의 의향을 헤아려, 비판적인 보도를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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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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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에 근거한 상호 비판을 통해 정치가는 단련되고 능력은 높아간다. 정부의 편을 들어 아첨하며 추종하는 것은 위정자를 무능하게 한다. 일본 민간 대기업에서도 부정회계나 검사 수치의 위조 등이 공개돼 일본의 프라이드가 실추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민간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유아적인 리더가 군림하는 한 일본이라는 국가의 쇠약은 이어질 것이다. 7월 참의원 선거는 개별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의 존재 방식과 지도자의 질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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