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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0 18:57 수정 : 2016.07.10 19:16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는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열악한 국제적 환경에서 치러졌다.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 제재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고 있고, 한·미·일과 유럽은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실시하면서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끄떡없다고 하지만 ‘고난의 행군’ 후 최대의 위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당대회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대회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개혁·개방 관련 새로운 시책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그렇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연설에서 “부르주아 자유화 바람과 개혁·개방 바람도 선군 총대의 기상으로 날려버리며”라고 했다. 북한의 ‘개혁’을 상징하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과 ‘개방’을 상징하는 ‘경제개발구’는 각각 한 번씩밖에 언급되지 않았다. 강조된 것은 김일성-김정일주의화와 자강력 제일주의, 과학기술강국 건설 등이었다. 북한이 찾는 돌파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노동당 3차 대회부터 6차 대회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회 때마다 인민경제 발전계획을 내놓았다. 금번의 7차 대회 역시 예외없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놓았다. 북한은 역대 대회가 열린 후 예외없이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을 펼쳐 경제계획을 수행해왔다. 3차 대회 후의 천리마 운동, 평양 속도, 4차 대회 후의 여섯개 고지 점령 운동,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 운동, 5차 대회 후의 속도전, 3대 혁명소조 운동, 6차 대회 후의 80년대 속도창조운동, 90년대 속도창조운동 등이 그런 것이었다. 당대회를 전후하여 4차 대회는 60일 전투, 120일 전투, 5차 대회는 70일 전투, 100일 전투, 6차 대회는 두 번의 200일 전투를 진행했다.

7차 대회 역시 지난 역대 대회와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은 7차 대회 전에 70일 전투를 진행했다. 7차 대회 후에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을 위해 ‘200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만리마 운동’도 등장했다. ‘조선 속도’ 운동을 하며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결국 북한은 금번의 위기를 역시 지난 시대의 전통적 방법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한은 내각 주도로 ‘조선식 경제관리방법’을 연구, 시험하면서 농촌에서의 포전담당제, 공장·기업의 책임경영제, 전국적인 개발구의 창설 등으로 사실상 개혁과 개방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7차 대회가 보낸 메시지는 그 연속이 아니라 지난 시대로의 회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왜일까?

30여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은 당시 국제 정세와 주변 정세를 분석한 뒤, 대규모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개혁개방을 구상했다. 1985년에는 중국군 100만명의 감군을 선포했다. 미·일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환영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초기 조건이었다.

북한이 현재 처한 국제환경은 최악이다. 물론 핵과 미사일로 자초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미 군사훈련에 따른 군사적 압박에, 북한은 핵 포기 필요성보다 핵 보유 필요성을 더더욱 느낄 것이다.

문제는 대내정책이다. 북한을 제재와 봉쇄로 조이면 조일수록 북한은 개혁·개방이 아닌 지난 시대의 정책으로 회귀하며 통제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폭정 종식’과 ‘체제 붕괴’로 압박해 오는 상황에서 정권 수호에 리스크를 안겨주는 변화는 시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7차 대회가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북한은 7차 대회 후 현재 ‘만리마 운동’, ‘200일 전투’, ‘조선식 속도’, ‘자강력 제일주의’와 같은 우리가 익숙한 패턴으로 또다시 사회주의 운동을 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와 압박이 가중될수록 대내 응집력과 결속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 체제 초기의 긍정적 ‘변화’와도 멀어져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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