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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7 17:16 수정 : 2016.07.17 19:05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지난달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는 충격이었다. 패배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싸우겠다는 다짐을 밝히는 연설을 준비하던 탈퇴 지지자들도 놀랐다. 이번 투표는 현 상태에 대한 거대한 불만을 분명히 표현했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번 결과를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이것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잉글랜드 사람들, 특히 노년층은 나라가 점점 다양화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중동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원망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는 영국에서 새로운 게 아니다. 40여년 동안 이 나라에서 유지돼온 정치적 결속을 깨뜨릴 정도로 강해졌다는 게 새로운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가 정치를 지배하는 일은 다른 나라들에도 있다. 문제는 정치 선동가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긴축정책이 영국에서 성장을 옥좼다. 영국에서 긴축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국가들)만큼 혹독하지는 않았으나 보수당 정부는 재정적자와 부채가 경제에 해롭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워 2010년에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그 결과, 6년 동안 성장률은 평균 2.0% 아래였다. 더욱이 취약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요즘 영국의 실질임금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도 낮다. 게다가 긴축은 공공의료서비스(NHS)로 대표되는 공공 서비스 예산을 감축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바로 이 대목을 지적해 이민자들에 대한 원망을 부추기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그들은 이민자들이 공공의료서비스 체계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이 유럽연합(EU)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그 돈을 공공의료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주장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을 탈퇴하지 않고도 공공의료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도 있었다. 장기차입 비용은 대략 1% 정도였고, 물가상승률은 1% 아래였다. 정부 지출능력을 제약하는 요소는 없었다. 공공의료서비스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주장은 먹혀들었다. 이는 유럽연합 지도부로 하여금 그들의 경제 정책을 돌이켜보게 할 것이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이 또다른 나라들이 탈퇴를 고려하지 못하도록 영국을 처벌할 생각을 하는 대신 왜 사람들이 유럽연합 탈퇴를 원하는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경제가 출발점이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는 훨씬 더 나빠 보인다. 많은 국가들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생산을 회복하지 못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씨름하고 있고, 스페인은 실업률이 무려 20% 가까이에 이른다. 이런 취약성은 모두 ‘긴축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했다.

영국에서 보듯, 긴축을 정당화할 만한 것은 없다. 유로존 국가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 밑이고, 이자율은 낮은 수준이다. 독일의 금리는 마이너스다. 유로존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0%대를 맴돌고 있다. 부양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낮은 차입 비용을 활용해 기반시설을 갖추거나 에너지 보존, 클린 에너지 등에 투자하고, 교육과 공공의료체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지도자들, 특히 독일인들은 계속 긴축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경제학이 아니라 그들 부모가 말해준 ‘균형예산의 미덕’에 근거하고 있다. 유럽연합 지도부가 부모한테서 전해 들은 ‘토속 신앙’에 근거해 정책을 세운다면 대중의 곤경은 계속될 것이고, 이는 선동가들의 주장에 대중을 쉽게 현혹되게 할 것이다. 그들이 대중의 삶을 향상시키려면 결국 다른 정책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려는 나라들에 대한 처방이다. 추가 탈퇴가 발생하면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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