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근대사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동북아에서의 당대 제국인 청-일의 힘겨루기, 러-일의 힘겨루기, 미-소의 힘겨루기는 모두 예외없이 한반도에서의 갈등과 충돌, 전쟁으로 치러졌다. 이제 미-중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북핵이 몰고 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한반도에 다시 또 지난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같다. 냉전이 종식된 뒤 동북아에는 두드리면 원하는 것이 나온다는 ‘도깨비방망이’가 출현하였다. 북핵이다. 북한이 그 방망이를 두드리면 원하는 경수로도 나오고 중유도 나왔고 북-미 협상도 나왔다. 미국이 두드리면 원하는 미-일, 한-미 동맹 강화가 나왔고 아시아로의 회귀도 나왔다. 일본은 그 방망이를 두드리며 원하는 ‘군사대국화’를 이뤄왔다. 한국도 지난 10년 그 방망이를 두드리며 원하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이루려 했다. 그 와중에 북핵은 보면 볼수록 커지는 거대한 도깨비가 되어 동북아 국제정치를 그 프레임에 가뒀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북-일 관계 모두 북핵에 갇혔고 후에는 중국도 가세했다. 어찌 보면 동북아의 협력도 결과적으로 북핵에 의해 동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북한과 미국, 여러 나라들이 함께 두드려온 이 도깨비방망이는 사드라는 판도라 상자를 만들어냈다. 사드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한국에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임은 틀림없다. 사드의 기능과 역할이 그것뿐이고 남북 대결의 산물이라면 중국은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사드는, 미국이 북핵을 컨트롤하며 전개해온 전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은 북핵 게임에서 단연 승자가 돼왔다. 북핵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전례없는 강화가 있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있으며 중국에 대한 포위, 견제가 가능했다. 그 절정은 사드를 중국의 턱밑에 배치하는 것이다. 북한은 승자라고 자처하지만, 결국은 미국 전략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젠 북한이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려도 결국은 미국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된다. 한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다. 그 사드가 북한이 쏘아올린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발사된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북한이 한국과 공멸하려는 시점일 것이다. 사드가 방어 못하는 서울은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출 수 있을까? 결국 한국에 사드의 기능은 실효성보다 상징성에 있고,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 동맹의 강화에 있지 않을까. 혹자는 중국의 북핵 대응에 대한 실망도 한몫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드의 기능은 무엇일까? 유사시 사드의 기능을 확장하여 중국의 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사드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미사일방어(MD·엠디) 체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이다. 괌~오키나와~한국을 잇는 엠디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을 엠디에 편입시켜 한·미·일 삼각동맹을 묶으려 한다. 중국의 주변 해역은 이제 재무장하는 일본과 미국의 최신무기 전시장이 돼가는 느낌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중국 견제가 시작됐다. 그 시점에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우려가 기우일까? 이제 사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동북아의 균형이 깨지고 수십년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 동북아에서 평화가 깨진 지난 역사를 보면 한반도는 늘 그 진원지이자 피해지였다. 비극은 외적으로는 한반도를 자국의 전략에 편입시킨 대국들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전쟁에 의해 일어났다. 내적으로는 강대국들의 갈등을 이용하려 한 ‘이이제이’ 전략이 한몫을 했다. 곧 강대국들을 ‘협력’과 ‘적대’로 나눠, ‘제1 협력국’과의 관계로 ‘제1 적대국’을 상대하는 식이었다. 근대사 이후 계속돼온 이런 패턴이 이제 더는 재현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중국 |
[세계의 창] 동북아의 판도라 상자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근대사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동북아에서의 당대 제국인 청-일의 힘겨루기, 러-일의 힘겨루기, 미-소의 힘겨루기는 모두 예외없이 한반도에서의 갈등과 충돌, 전쟁으로 치러졌다. 이제 미-중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북핵이 몰고 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한반도에 다시 또 지난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같다. 냉전이 종식된 뒤 동북아에는 두드리면 원하는 것이 나온다는 ‘도깨비방망이’가 출현하였다. 북핵이다. 북한이 그 방망이를 두드리면 원하는 경수로도 나오고 중유도 나왔고 북-미 협상도 나왔다. 미국이 두드리면 원하는 미-일, 한-미 동맹 강화가 나왔고 아시아로의 회귀도 나왔다. 일본은 그 방망이를 두드리며 원하는 ‘군사대국화’를 이뤄왔다. 한국도 지난 10년 그 방망이를 두드리며 원하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이루려 했다. 그 와중에 북핵은 보면 볼수록 커지는 거대한 도깨비가 되어 동북아 국제정치를 그 프레임에 가뒀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북-일 관계 모두 북핵에 갇혔고 후에는 중국도 가세했다. 어찌 보면 동북아의 협력도 결과적으로 북핵에 의해 동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북한과 미국, 여러 나라들이 함께 두드려온 이 도깨비방망이는 사드라는 판도라 상자를 만들어냈다. 사드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한국에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임은 틀림없다. 사드의 기능과 역할이 그것뿐이고 남북 대결의 산물이라면 중국은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사드는, 미국이 북핵을 컨트롤하며 전개해온 전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은 북핵 게임에서 단연 승자가 돼왔다. 북핵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전례없는 강화가 있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있으며 중국에 대한 포위, 견제가 가능했다. 그 절정은 사드를 중국의 턱밑에 배치하는 것이다. 북한은 승자라고 자처하지만, 결국은 미국 전략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젠 북한이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려도 결국은 미국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된다. 한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다. 그 사드가 북한이 쏘아올린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발사된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북한이 한국과 공멸하려는 시점일 것이다. 사드가 방어 못하는 서울은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출 수 있을까? 결국 한국에 사드의 기능은 실효성보다 상징성에 있고,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 동맹의 강화에 있지 않을까. 혹자는 중국의 북핵 대응에 대한 실망도 한몫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드의 기능은 무엇일까? 유사시 사드의 기능을 확장하여 중국의 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사드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미사일방어(MD·엠디) 체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이다. 괌~오키나와~한국을 잇는 엠디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을 엠디에 편입시켜 한·미·일 삼각동맹을 묶으려 한다. 중국의 주변 해역은 이제 재무장하는 일본과 미국의 최신무기 전시장이 돼가는 느낌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중국 견제가 시작됐다. 그 시점에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우려가 기우일까? 이제 사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동북아의 균형이 깨지고 수십년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 동북아에서 평화가 깨진 지난 역사를 보면 한반도는 늘 그 진원지이자 피해지였다. 비극은 외적으로는 한반도를 자국의 전략에 편입시킨 대국들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전쟁에 의해 일어났다. 내적으로는 강대국들의 갈등을 이용하려 한 ‘이이제이’ 전략이 한몫을 했다. 곧 강대국들을 ‘협력’과 ‘적대’로 나눠, ‘제1 협력국’과의 관계로 ‘제1 적대국’을 상대하는 식이었다. 근대사 이후 계속돼온 이런 패턴이 이제 더는 재현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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