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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7 18:34 수정 : 2017.05.07 19:03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선거운동을 할 때 중국에 대해 좋은 말을 한 적이 없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심지어 대만 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회동한 뒤, 트럼프는 중국에 환율조작국 딱지를 붙이려던 생각을 거둬들였다. 트럼프는 이제 시진핑을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까지 얘기한다.

트럼프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거리낌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두테르테는 본인이 직접 사람을 살해한 적이 있다고 자랑한, 아마도 세계 중요 지도자 가운데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지난주 “적절한 상황이 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회동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를 “영리한 친구”라고 부른 데 이어 이번에는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미국 주류 언론들은 “매우 매우 나쁜 생각”이라며 끔찍하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좋은 생각일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심화돼온 한반도 갈등의 돌파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는 몇가지 이유로 북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평양 광고판과 건물에 ‘트럼프 브랜드’가 새겨지는 모습은 그의 이기심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 경제에 공급할 수 있는 북한의 광물자원을 빼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외교의례를 깨고 김정은과 마주앉을 수도 있는 가장 커다란 이유가 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에 꾸준히 영향력을 내줬다. 트럼프는 이 지역에 미국이 다시 끼어드는 과감한 지정학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김정은도 그러한 의도를 곧바로 알아채게 될 것이다.

사실, 미국과 북한은 둘 다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두 국가는 중국 경제에 과하게 의존해 있다. 북한은 중국에 지나친 의존을 피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자교역국을 다변화하고 싶어했다. 미국도 중국이 아시아에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건설하는 ‘신실크로드’(일대일로) 구상에 완전히 허를 찔렸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면, 중국과 북한의 틈을 벌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1970년대 중국과 소련을 떼어내기 위해 중국과 데탕트를 추진했던 전례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관계정상화를 추진했던 쿠바나 이란만큼 근사한 상대는 아니다. 두 나라는 미국 기업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에너지 기업들은 이란과 협력하기를 강하게 원했고, 농업 분야 기업들은 이미 쿠바와 협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북한은 소비시장이 보잘것없는 빈곤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석탄에서 희토류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다양한 천연자원을 빨아들이고 있고, 이를 위해 북한에 사회간접자본 시설까지 짓고 있다. 트럼프가 북한에 다가서기 위해 중국과 경쟁한다면,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에게도 중국만이 이 지역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물론 트럼프와 김정은의 협상은 문제가 따를 수 있다. 북한의 형편없는 인권 상황을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들의 투자에 따른 많은 노동 및 환경 문제도 뒤따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최악의 형태의 정실 자본주의의 승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닉슨은 광기 어린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중국과 협상을 했고, 이는 지역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됐다. 트럼프도 북한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한반도가 긴 세월의 냉전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취임 뒤 몇달 동안 국제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온 트럼프에게도 길이 남는 대표적 업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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