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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4 18:31 수정 : 2017.05.14 19:11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5월9일 한국인들은 문재인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라는 정치 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새 대통령 탄생에 대해서 일본에서의 감상과 앞으로의 한-일 협력의 자세에 대한 소감을 적고 싶다.

우선 이웃 나라의 대통령 선거를 일본이 다루는 방식에 대해 한마디 비판해 두겠다. 문 대통령에 대해 일부 신문·텔레비전은 ‘친북, 반일’이라는 형용구를 붙였다. 편견에 가득 찬 품위 없는 표현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한국인들에게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북과의 사이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불가피하게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 대화로 수습을 꾀하는 방침을 취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이에 대해서 친북이라고 말한다면, 북의 핵개발에 대해서 유화적이라는 이미지를 흩뿌리는 것이 된다. 그리고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이해와 견해가 다른 점은 당연하고, 일본과 다른 주장으로 부딪히는 나라를 반일이라고 말한다면 반일 국가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런 표현은 일부 일본인들의 자기중심적 세계 인식 표현이다. 특히 역사 인식에 관해서 아베 정권과 보수적 언론인들은 세계 표준에 등을 돌리고 일본인은 항상 올바르다고 하는 천동설적인 주장을 뻔뻔스럽게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정신적 유치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한-일 관계를 개선해나가야 할까? 나는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응은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지도자가 위안부 문제 한-일 합의(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가 아베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이라며 맺은 합의)를 즉시 파기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것은 일본의 보수파에 한국 공격에 대한 좋은 재료를 제공할 뿐이다. 또한 지금의 합의 이상의 대응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힘들다.

아베 총리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일본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옹호한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역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국내의, 특히 총리 주변의 보수파에 대해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을 옹호하고, 나아가 재일 한국인들의 존엄과 인권을 옹호하는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 내놓도록 요청했으면 좋겠다.

한-일 협력은 한반도의 위기를 수습하고 양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결하다. 대도시에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일본해(동해) 근처에 다수의 원자력발전소를 두고 있는 일본은 국경선(휴전선)에 가까운 수도를 둔 한국처럼 전쟁이 불가능한 나라다. 만일 북한이 공격을 해 국토의 일부가 피해를 입어도 압도적 군사력으로 북한을 파멸시킬 수 있는 미국과, 전쟁이 일어나면 통상(재래식) 병기에 의한 공격만으로도 나라가 파멸적 타격을 입을 한·일 양국은 처지가 전혀 다르다. 한·일 양국은 미국의 경거망동을 말리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정치적 해결을 구하는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

아베 정권은 ‘여러 선택지를 검토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했다는 발언으로,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트럼프 미국 정권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일본의 국익에 반한다. 국경을 접한 한국인들이 냉정한 대응을 취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일본 국내에서도 전쟁을 회피하는 정치적 대처야말로 안전 확보의 유일한 길이라는 논의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대중 정부 시대에는 한-일이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견해가 다르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고 서로 공유하는 이해관계를 정확히 인식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새 대통령의 구상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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